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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얌체 주정차’ 만큼은 뿌리 뽑자- 이상목(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17-03-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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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들어본 일화다. ‘교통위반 단속에 걸린 처칠이 단속경찰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힌다. 눈감아 줄 수 없겠느냐는 의도다. 그러자 경찰은 “수상(首相)이라면 교통법규를 더 잘 지킬 줄 알았습니다. 법 앞에 누구나 똑같습니다”라며 가차없이 스티커를 발부한다. 그의 엄정한 직무집행에 감동한 처칠이 이번엔 경찰청장을 불러 그를 특진시킬 것을 지시한다. 하지만 경찰청장도 “당연한 직무를 수행했을 뿐 특진은 가당치 않다”고 거절한다.’ 탈법을 시도한 처칠이 두 번의 무안(無顔)을 당한 셈이다. 영국은 이런 <처칠의 일화>가 널리 회자될 만큼 교통 단속이 엄격한 나라다.

    실제로 런던에서 자가용으로 외출하려면 엄청난 대가를 각오해야 한다. 주차위반 과태료가 100파운드(약 20만원)로 매우 높고 연체 땐 130파운드로 껑충 뛴다. 견인될 경우엔 250파운드의 견인비를 지불해야 한다. 심지어 주차구획선에서 바퀴가 조금이라도 삐져 나와도 스티커가 발부된다. 이런 사정으로 시민들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거의 자가용을 집에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근하거나 바깥일을 본다.

    이웃 일본도 주정차 위반 과태료가 비싼 나라 중 하나다. 주정차 금지구역일 경우 2만5000엔(약 25만원), 정해진 시간을 초과해 주차하면 1만2000엔 등이다. 자전거조차도 등록제로 운영하면서 지정되지 않은 구역에 세우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유럽과 미주 국가들은 주정차 허용도로에 ‘주차비 지불 기계’를 설치해 질서를 유지한다. 운전자가 정해진 주차구역에 차를 대고 직접 시간을 입력하고 돈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캐나다 밴쿠버가 대표적인데 입력한 시간보다 초과해 주차할 경우에는 무거운 과태료를 물게 돼 있다.

    여러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 대한민국만큼 불법 주정차에 관대한 나라도 드물 것이다. 현행 불법 주정차 과태료는 4만~6만원으로 영국·일본 등에 비하면 코끼리 비스킷 수준이다. 이러다 보니 공동체 질서를 위해 상식적으로 주차를 해서는 안 되는 공간에도 불법이 춤춘다. 자전거도로, 교차로 곡각지, 회전교차로 노면 교통섬, 어린이보호구역 등의 불법 주정차가 대표적이다. 이는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얌체·악질 주차’다. 늘어나는 차량에 비해 주차공간 설치가 따르지 못해 발생하는 도로 가장자리 일시적 불법 주정차는 다소간 묵인하더라도, 이 같은 얌체 불법 주정차만큼은 의지를 갖고 우선적으로 근절해야 한다.

    물론 우리나라는 단위면적당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나라다. 그래서 주차공간 확충이 결코 쉽잖다. 그래서인지 단속 빈도가 낮은 장소에 불법주차하는 것에 대한 범법의식이 둔감하다. 하지만 무심코 주차한 차량이 긴급차량의 통행을 방해해 어떤 사람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사정이 다르다.

    이번에 본지가 ‘얌체 불법 주정차 해법 없나’ 제하의 3차례 기획을 연재한 배경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다고 불가피한 주정차에 대한 무차별 단속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교통당국은 이번에 본지가 제안한 것처럼 우선 ‘얌체 주정차’ 단속에 집중해주면 좋겠다. 아울러 궁극적인 불법 주정차 근절을 위해 캐나다 밴쿠버처럼 ‘주차비 지불기계’를 설치해 운영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해 볼 것을 제안한다.

    이상목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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