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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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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자 25시] 49기 조규홍 (1) 내가 경남신문에 오기까지

  • 기사입력 : 2017-03-21 17:3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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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작하면서: 경남신문 신입기자들이 겪은 좌충우돌 수습과정을 솔직하고 재미있게 중계하는 '수습기자 25시'를 시작합니다. '수습기자 25시'의 주인공들은 지난 2월 1일, 경남신문 49기로 입사한 수습 트리오, 박기원·조규홍·이한얼 기자입니다. 이 열혈 청춘들의 생생하고도 달콤쌉사름한 편집국 생존기를 독자 여러분께 전합니다.> 
     
    X줄이 탄다는 느낌이었다. 진짜 직장(直腸)이 아니더라도 몸 속 어떤 것이 타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난 취업 준비 때가 그랬다. 기자를 늦게 준비하면서 조급증은 더 컸다. 그럼 왜 늦었나. 놀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진탕 놀았으면 더 좋았겠다.
     
    대학 4학년 때 취업 스터디에서 배운 자소서는 21세기 노예계약서처럼 보였다. 자소서에는 좋은 상품이 선택되듯 내가 얼마나 고사양인지 자세히 밝히고 어떤 추가 기능이 있는지도 재미있게 써내야했다. 당시 철학 학부 졸업 논문을 쓰며 진지병(모든 사안을 학자처럼 분석해서 잘잘못을 따지려드는 증상을 가리키는 말)에 걸려 있어서 취업 준비를 노예 계약이라고 너무 나쁘게 바라봤다. 지금 생각하면 저런 개똥철학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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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영동 대공분실 전경
    결국 자소서가 필요 없는 공무원 준비를 하다 실패했고 일을 안 할 수는 없게 됐다. 선관위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며 편하고 철밥통이라고 인식됐던 공무원 업무가 얼마나 힘들고 비효율적인지 알게 됐다. 심지어 그 비효율을 고치는 것은 초등학생이 수학의 정석을 푸는 것 같은 어려움이 있어보였다.
     
    모든 일이 힘들다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낫다. 그렇다면 대학생 때 꿈꿨던 기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때렸다. 이 때문에 재계약 제의를 거절하고 선관위를 나왔다. 기자 준비에 앞서 여행을 떠났다. 이름 하여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고 싶은 국내 여행'. 이름은 잘 지은 것 같다. 부산, 진주, 순천, 광주, 전주, 인천, 서울, 파주, 대구를 돌며 각 지역별 근현대사 사건을 중심으로 여행지를 정해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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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영동 대공분실 계단

    가장 인상에 남았던 곳은 남영동 대공분실이었다. 그 작은 창문과 비좁은 고문실, 현재 위치가 몇 층인지 알 수 없게 만든 원형 계단은 지금 생각해도 몸서리 쳐진다. 관련 연구를 찾아보며 나름의 여행기도 몇 편 작성했다. 그러면서 공부도 많이 돼 내가 한 층 커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반면 여행을 하며 대중적으로 유명한 관광지도 돌아봤어야 하는데 미리 정해놓은 곳만 보고 맛집도 안 가봤던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런 여행을 언제 가보겠냐. 다시 생각해도 후회된다.

     
    기자 준비에 돌입하며 '미디어몽구'와 '아이엠피터' 같은 1인 미디어 성공 사례를 보며 혹했다. 나도 도전했다. 개인 명함을 파고 동생 카메라와 삼각대를 강탈해 부산의 집회 장소들을 무턱대고 찾았다. 그땐 차도 없어서 짐을 끙끙 들고 다녔다.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하겠다. 수많은 ENG 방송카메라 사이에서 초라한 DSLR로 촬영도 하고 취재도 했으나 기자들의 실력에 나는 새발의 피였다. 언론사에 들어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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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영동 대공분실 박종철 고문실

     
    한 지역 주간지에 들어갔다. 뒤에 알았지만 이때 들어갔던 회사가 지발위 선정사였다는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하지만 부족한 휴일과 격무로 체력은 고갈 돼 갔다. 지속가능한 업무로의 변화가 필요했다. 대학 졸업 후 이미 많이 지나버린 터라 회사를 박차고 나와서 다시 취업준비를 한다는 것이 두려웠다. 토익이나 한국어 시험은 공부하면 되겠지만 나이 천장에 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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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관위 시절
     
    '삶은 다리가 덜덜 떨릴 정도로 두렵기 마련인데 그래도 한 발 또 한 발 나아가는 것'이라고 했던 가수 신해철 노래(나에게 쓰는 편지)가 생각났다. 회사를 나와서 다시 기자준비를 한지 8개월, 경남신문 최종합격 소식을 받았다. 다행히 나의 X줄은 타지 않고 건재했다. 그러나 아마 앞으로 탈 것 같다.

    조규홍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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