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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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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051) 제18화 푸른 기와지붕 사람들 41

“내가 괜찮은 남자인 것 같소?”

  • 기사입력 : 2017-03-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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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삼주는 술에 맑은 생삼액을 떨어트렸는지 향이 그윽했다.

    “서 이사, 서 이사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오?”

    음식을 맛있게 먹고 인삼주도 취기가 오를 정도로 마시자 임준생이 농담을 하듯이 물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서경숙은 웃음이 헤퍼졌다. 좋은 음식, 좋은 술, 좋은 남자와 함께 있다고 생각하자 기분이 좋았다.

    “내가 괜찮은 남자인 것 같소?”

    임준생이 서경숙의 잔에 술을 따랐다.

    “어떤 점에서요? 회장님은 사업가로서 탁월한 능력을 갖고 계시죠.”

    “그런 것 말고 남자로서 말이오. 나는 서 이사와 좋은 친구가 되고 싶소.”

    “회장님, 남자와 여자가 친구가 어디 있어요?”

    “서 이사, 남자를 동물적으로만 생각하는 거요?”

    “여자도 마찬가지죠. 만나면 욕망이 일어나죠. 저는 그런 점에서 개방적이에요.”

    “개방적이란…?”

    “회장님이 원하시면 데이트도 할 수 있어요. 물론 아무런 조건 없이요.”

    “하하. 최근에 들은 말 중에 가장 기분 좋은 말인데… 고마워요.”

    임준생이 유쾌하게 웃으면서 잔을 들어 서경숙과 부딪쳤다.

    “사람은 고독한 존재 아닌가요? 좋은 사람 만나서 이야기하고… 대화가 잘 통하면 사랑하고 그런 거죠.”

    “그럼 말 나온 김에 내일 데이트할까? 드라이브를 해도 좋고….”

    “좋아요.”

    서경숙은 즐겁게 식사를 했다. 임준생은 활기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면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다.

    “저녁 너무 맛있게 먹었어요. 커피는 제가 대접할게요.”

    서경숙은 임준생과 식사를 하고 근처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셨다. 임준생은 자신이 임대업을 하게 된 이야기를 했다. 70년대는 많은 사람들이 집장사를 하여 돈을 벌었고 아파트를 사고팔아 부자가 된 사람들이 많았다고 했다. 여자들이 아파트 당첨권을 사서 다시 팔아 떼돈을 벌었고 복부인이 생겨났다.

    그 무렵부터 서울에 건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3, 4층의 남루한 건물들이었지만 임대를 하여 수입을 올렸다. 80년대에는 더 많은 아파트 붐이 일어나 한국이 온통 아파트 때문에 춤을 추었다. 그러나 허름한 주택에 방을 여러 개 들여 월세를 받는 사람도 동네마다 적지 않았다. 임준생은 커피를 마시면서 그와 같은 이야기를 했다.

    “내가 살던 동네에 나이 50 정도 된 사람이 살고 있었어요. 이 사람은 회사 사장인데 옆집에 노인이 혼자 살고 있었어요. 이런 이야기 들은 일이 있어요?”

    “아니요.”

    커피숍은 청계산의 이면도로에 있었다. 창으로 청계산이 보였다.

    “재미없을지도 몰라요.”

    산 위의 어두운 하늘에는 초승달이 떠 있었고 주위에는 별들이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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