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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4월 26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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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수도 검침·시민안전지킴이·자원봉사…1인3역 김천순 씨

“일하고, 복지사각 없애고, 봉사하고… 보람도 3배죠”
하루 200여곳 다니며 수도사용량 검침
개에 물리는 등 어려움 많지만 늘 웃음

  • 기사입력 : 2017-03-1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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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영이 고향인 김천순(55)씨에게 김해는 제2의 고향이다. 18년 전 부산에서 이사온 김씨에게는 김해가 삶의 터전이자 돌봐야 할 이웃이 있는 정든 곳이다.

    김씨는 김해시 수도과에서 위촉한 수도사용량 검침직원이다. 하루 200여 곳을 다니며 검침을 하는 것이 주 업무이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중요한 일이 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지역봉사를 하는 것, 그게 그의 또 다른 일이다.

    검침업무도 그저 계량기만 보는 것이 아니다. 가정을 방문해 검침을 하면서 홀로 외로이 사는 노인들의 말동무가 되기도 하고 건강상태 등을 꼼꼼히 살펴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기 전에 조치하는 것도 주요한 임무 중 하나다. 김해시가 지난해부터 도입한 ‘검침직원 활용 이웃돌봄사업’의 일환이다. 그는 이 사업의 최일선 현장 요원인 셈이다.

    한 달에 2400곳의 수용가를 일일이 찾아다녀야 하는 고된 업무에 여러 가지 해야 할 일이 많으니 힘들기도 하련만 그는 자신의 일이 항상 즐겁다며 해맑게 웃는다. 그를 아는 시청 직원들도 김씨의 환한 모습과 밝은 표정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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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침업무의 애환= 김씨가 검침업무를 한 기간도 벌써 10년이 넘는다. 같은 일을 하는 친구의 권유로 발을 디딘 게 벌써 10개 성상을 지났다.

    “맞벌이로 아이들 뒷바라지하고 보람 있는 일도 하니 즐겁죠.” 일이 힘들다는 대답을 짐작했던 기자가 되레 머쓱해진다.

    그가 담당하는 구역은 한림면 지역과 시내인 활천동이다. 시내는 걸어서 검침하지만 한림면을 다닐 때는 역시 승용차를 이용해야 한다. 승용차를 직접 운행하다 보니 시골지역 노인들의 발이 돼주는 일도 허다하다. 일이 아무리 바빠도 부모 같은 노인들이 차를 태워달라는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일은 뒷전인 경우도 많다고 귀띔한다. 그래도 차 안에서 노인들 삶의 얘기도 듣고 작은 봉사를 했다는 생각에 목표했던 수용가 방문에 약간의 차질을 빚어도 마음은 뿌듯하다고 말한다.

    인적 드문 면 지역에서 밤늦게 찾아간 공장에서 낯선 외국인 근로자들을 만나면 괜히 불안감도 든다.

    시골지역의 가정이나 공장에서 개에게 물리는 것은 다반사다. 그가 가장 애로를 겪는 일이기도 하고 가장 공포를 느끼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집 개는 물지 않으니 걱정 말라는 말이 더 무서워요. 주인의 말을 믿고 잠시 방심했다 뒤에서 다리를 물리는 일이 다반사죠.”

    아직도 진행형인 상황을 얘기하는 그에게서 ‘베테랑 검침원’의 분위기가 나타난다.

    가끔씩 “검침을 잘못하는 바람에 ‘수도요금 폭탄’을 맞았다”며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욕설이 섞인 전화를 받으면 한동안 속이 상하기도 한다. 그래도 그는 애써 웃는다. “검침 결과를 믿어줬으면 해요. 저를 포함해 모두들 열심히, 그리고 성실히 검침하고 있다고 믿어요.” 그의 진심어린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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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시 수도사용량 검침 직원으로 다양한 봉사활동도 하고 있는 김천순씨가 수도 검침을 하고 있다.

    ◆봉사도 일상= 김천순씨가 검침업무와 함께 생의 의미로 삼고 있는 일은 주변 이웃을 돌보는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9년 전 적십자봉사대에 가입했다. 장애인복지관 등에서 무료급식 배식을 하거나 독거노인들에게 반찬을 배달하는 일도 한다.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최소 두 번씩은 꼭 참가한다.

    “세상 사는 게 저만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런 마음이 싹 가셨어요.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고 그들에게 돈이 아닌 몸과 마음으로라도 봉사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가끔씩은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 봉사활동 현장에 나서기 싫을 때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다녀오고 나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어요.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나 할까요. 봉사는 참 중독성이 있는 것 같아요.”

    그의 말에는 왠지 진정성이 묻어난다. 그저 심경을 가감 없이 토로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가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등학교 동기들과 함께 사회복지기관을 찾아가 그곳에서 생활하는 어린이들을 돌본 것이 그가 봉사 일선에 발을 딛게 한 계기다.

    “사회복지기관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2~3시간 함께했는데 아이들이 너무 즐거워하고 반겼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지요. 그 일이 있은 후 누구를 도울 일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고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지금의 봉사활동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그런 봉사활동 과정에서도 안타까운 일도 있다. 자신이 담당하는 독거노인의 집에 반찬배달을 갔다 하루 전날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울컥한 경험이다. 그래서 남은 분들을 위해서라도 좀 더 자주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을 갖는다고 한다.

    어릴 적 농악대 활동을 한 경험을 살려 칠산서부동 풍물단의 일원이 됐다. 그가 맡고 있는 악기는 꽹과리다. 풍물대 활동을 한 지는 벌써 20년이 넘는다. 동네 경로잔치마당을 찾아가 농악공연을 하기도 하고 동민체육대회 때도 어김없이 참여한다. 김해시 단위 각종 축제현장에도 그는 농악대의 일원으로 꽹과리를 연주하며 시민들과 애환을 나눈다.

    자신이 거주하는 칠산서부동의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하얗게 변한 머리카락을 염색해 주거나 독거노인들과 함께 목욕탕을 찾아가 몸을 씻겨주는 것도 그의 봉사활동 중 하나다. 태풍 등으로 침수된 가정을 방문해 가재도구를 정리해주기도 하고 시가 독거노인과 장애인들을 위해 운영하는 무료 빨래방에서 월 1회 세탁일도 한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봐서인지 대학교 4학년인 딸도 장애인 복지관에서 함께 봉사활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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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시민안전지킴이로= 검침을 위해 방문한 가정에 불편한 일이 있는지를 살피는 것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지난해 김해시가 관내 경찰서와 협력해 상하수도 검침원을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예방 모니터링 요원으로 활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의 일환이다. 이 시책에 따라 그는 ‘시민안전지킴이’로 위촉돼 검침과정에서 수용가 내의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복지사각 등을 모니터링하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즉시 신고한다. 대체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가정 내 문제를 살피는 일이 주된 목적이지만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에 한림면의 혼자 사는 노인집을 방문했다가 현관유리가 깨져 80대 집주인이 추위에 떠는 실상을 목격하고 면사무소에 연락해 유리창을 교체하도록 한 것은 하나의 사례다.

    “검침 업무를 오래하다 보면 수용가의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 있어요. 특히 어려운 환경에 놓인 시민들의 실상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요. 그들의 일상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파악하고 시에 적극 알려 해소하려고 노력하죠.”

    검침원과 사회돌봄이, 자원봉사자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는 김천순씨. 그에게 하루해는 여전히 짧아 보이지만 하루일을 마친 후 느끼는 보람의 여운은 아주 긴 것 같다.

    글·사진= 허충호 기자 chhe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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