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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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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다음 대통령 때 뭐가 바뀌겠습니까?”- 정기홍(거제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7-03-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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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주문 선고한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선고 결정문 전문의 한 부분. 박 대통령은 이 순간부터 대통령이 아니었다. 역사에 길이 남을 판결이다.

    여러 심정이 교차하면서 생각에 잠겨 있는데 후배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선배, 어떻게 생각합니까?”종업원 10여 명의 중소기업을 힘들게 꾸려가고 있는 후배가 대뜸 묻는 말이었다.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한마디로 참담합니다. 판결을 보고 이 땅에 법치주의가 살아있다는 자긍심을 가졌습니다. 자긍심은 잠깐이고, 국가 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아프리카 어느 미개국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 지금 이 시간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후배는 다소 흥분된 채 거침없이 말을 이어 나갔다. “각 당의 정치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대선이 눈앞이니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아예 관심없고, 오로지 ‘주판 튕기기’에 급급하겠지요. 지금 제가 느끼는 한국경제는 IMF 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저뿐만 아니라 일 때문에 자주 만나는 사람들도 같은 말을 합니다. 물론 자영업이나 사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언제 한번 ‘장사 잘된다’ ‘사업 잘된다’고 말한 적이 없지만, 올해의 상황은 분명히 다릅니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사정을 알까요? 좀 알아야 대책 세우는 흉내라도 낼 텐데. 예컨대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도 대권주자들 가운데 금융공약 내놓는 사람이 없어요. 돈 빌리러 은행에 가서 지인들 만나면 이구동성으로 ‘큰일이다’고 말합니다. 금융규제가 과잉상태인데 정부는 상식을 벗어나는 규제만 내놓고 있답니다. 답답한 곳이 어디 금융 분야뿐이겠습니까.”

    “선배, 조금 있으면 대권주자들 시장통 많이 다니겠네요. ‘민심 파악’한답시고 친절하게 가격 묻고, 몇천원치 사고. 시장상인들은 높은 분 왔다고 반갑게 맞아주면서 ‘나라 잘 살게 해주세요’라고 간절하게 부탁하는데. 그 ‘높은 분’이 시장을 빠져나가면 시장사람들의 말을 한마디라도 기억할까요? 앞으로 신문이나 TV에서 시장 방문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제발 양심 좀 있어라’고 말할 겁니다.”

    ‘취중진실’이라고 했던가. 흥분된 상태에서도 진실이 쏟아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후배의 말에서는.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조용히 말했다. “진짜 심각한 게 있습니다.” 진짜 심각하다고 해서 “그것이 뭔데?” 조용히 물어보았다. 후배는 이전보다 신중하게 대답했다. “한국에서 범죄집단을 제외하면 가장 불신받는 집단이 정치집단입니다. 그런데 그 집단이 국가를 운영한다는 사실입니다.”

    “비선실세, 문고리 3인방 등등. 새 대통령이 들어서도 이 같은 것들이 또다른 행태로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요? 제 생각은 교묘하게 창출(?)된다고 봅니다.”

    “선배, 이런 말 있지요. ‘노인을 위하는 나라는 없다.’ 한국에서는 ‘국민을 위하는 정치인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 말이 다 맞는 것 같다”고 말하며, 봄의 따뜻한 기운보다 황사가 덮칠 걱정이 앞섰다 .

    정기홍 (거제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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