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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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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이라는 끈 - 최두환

  • 기사입력 : 2017-03-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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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놓지는 말아야 한다 그것도

    붙잡고 싶어 어쩔 수 없다면

    오늘 모두 내려놓아라 바로



    마음을 열고 바라볼 곳은

    바다 너머에 나라들이 침을 흘리며

    숨죽이고 즐기며 엿보고 있는 그곳이다



    어쩔 수 없다며 먹힐 것인가

    어떻게든 잡아먹을 것인가

    내 것을 챙기는 사이에 벌써

    하이에나가 지나갔다 배 두들기며



    가창오리 떼의 군무가 광장에 날개 폈다

    넘쳐나는 파도타기도 위험수위로 치달아

    날개의 충돌이 군무의 비밀을 슬프게 한다



    살기 위한 군무라면 먹잇감으로 말하라

    멋을 위한 군무라면 여유롭게 노래하라

    당당하지 못한 춤은 거두어라 눈꼴이 시다

    2017년 3월 10일, 11시가 지나자 다시금 탄핵 찬성과 반대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이 자꾸 길어질수록 우리는 실망과 절망을 거듭해야 합니다. 여기쯤에서 시인이 말하고 있는 ‘절망이라는 끈’을 과연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우리가 바라볼 곳은 숨죽이고 즐기며 엿보고 있는 자들에게, 어쩔 수 없이 먹힐 것인지 어떻게든 잡아먹을 것인가’를 고민하여야 한다는, 시인의 힘 있는 어조를 억지로라도 끌어안고 싶어집니다.

    봄입니다. 그런데도 아직 곳곳이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습니다. 선한 날개들의 충돌로 군무의 비밀은 그야말로 아프게 비치고 이것들을 바라보는 우리는 마냥 슬프기만 합니다. 이제는 진정으로 당당하지 못한 춤은 거두어야 합니다. 정말이지 눈꼴이 시어진다고까지 하였으므로. 우리가 어디를 향해 함께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봄처럼 나누어야 할 때입니다. 봄, 바야흐로 찾아온 봄입니다. 이 봄을 껴안고 우리는 나아가야 합니다. 정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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