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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Again, ‘부·울·경 방문의 해’- 최노석(창원시관광진흥위원장)

  • 기사입력 : 2017-03-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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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광은 무기다.’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한 중국의 한국관광 금지령에 따라 거짓말처럼 사라진 중국관광객을 보면서 자꾸만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은 비단 나 혼자뿐일까? 평화산업을 자임한 관광이 무기로 돌변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역설인가.

    그러나 사실이다. 만일 작년에 방한했던 806만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찾지 않는다면, 한국관광은 말 그대로 초토화를 면치 못할 것이다. 작년 한국을 방문한 외래관광객 1724만명 중에서 중국인이 차지한 비율은 거의 절반을 점한다. 그들이 먹고 잠자며 소비하는 모든 것들이 사라지면, 관광 연관 산업까지 무너져 내릴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어떤 연구기관에서는 올해 우리나라 GDP의 0.5%까지 하락을 예상하기도 했다. 사라진 중국 관광객 앞에서 한국이 벌벌 떨고 있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정말 관광은 돌이킬 수 없는 무기로 변했다.

    울분을 토하기 전에 여기에서 우리 뇌리에 불이 켜져야 한다. 그렇다면 역으로 관광을 무기로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머리에 켜진 불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경상도지역 남쪽 바닷가에 전염병처럼 퍼졌던 저 조선업의 눈물을 관광이란 무기로 치유할 길을 찾아나서야 된다. 그래야 위기에서 건질 것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이런 사실을 통영시에서 보았다.

    통영은 거제 조선단지가 활황기를 타면서 그 배후도시로 오랜 시간 번영을 누려왔었다. 채 20만명도 안 되는 통영시민 중 조선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1만7000명에 이를 정도였다. 그러나 조선업의 부침을 예견한 통영은 공무원과 시민단체 그리고 시민들이 나서 관광산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타 지역이라면 반대에 부딪혀 건설할 엄두도 내지 못할 케이블카를 도입했다. 재래시장마다 상인들은 바가지요금 근절을 결의하고 실천했다. 그러기를 꼬빡 10년, 드디어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통영을 찾은 관광객은 2006년 436만명에서 2016년 649만명으로 증가됐다. 이에 따른 지방소득세 수입도 1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조선산업에서 관광산업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한 것이다.

    울산과 부산, 거제 등 여전히 조선업에 목을 매달고 있는 지자체들이 눈물을 흘릴 때, 통영은 웃음꽃이 피었다. 이것이 관광무기를 역으로 활용해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킨 통영의 지혜이다.

    그렇다고 모든 지자체가 통영처럼 관광산업도시로 바꿀 필요는 없다. 각자 전통적으로 발전시켜온 산업 위에 관광을 접목시켜보자는 것이다. 관광을 무기로 잘 활용한다면, 발전의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4차 산업에 목을 매달고 있는 시대지만, 그 안을 들어가 보면 융합과 연결이 있다. 지역마다 기존의 산업 위에 관광을 융합하고 연결하는 일이 이제는 선택을 넘어 필수인 시대를 맞고 있다. 바로 관광이 무기인 시대 말이다.

    아마도 이를 눈치챈 곳들인가 싶다. 지난 한 달 사이에 울산광역시와 전라북도가 각각 ‘방문의 해’라는 이름을 걸고 서울에서 집중 마케팅 활동을 벌였다.

    방문의 해 핵심은 관광이다. 이 두 곳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관광홍보에 열중했다. 울산시는 방문의 해 목표를 ‘관광객 400만명 달성’을 내세웠다. 이를 통해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견인코자 했다. 전라북도 역시 방문의 해 주제를 ‘대한민국 관광1번지, 문을 열다’로 삼고, 대문을 활짝 열고 서울 등 수도권 2000만명을 정성껏 맞이할 것을 약속했다. 특히 전북은 서울에서 사는 주요 향인들까지 초치해 관광홍보에 도움을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가히 전쟁을 방불케 하는 홍보전이었다. 지난 2013년 2월, 부산과 울산, 경남도 부·울·경이란 이름으로 방문의 해를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때는 지금만큼 관광이 절박한 때는 아니었다. 지금이란 언제인가? 명실 공히 관광이 무기가 된 때이다. 내년쯤이라도 다시 ‘부·울·경 방문의 해’를 개최해 봄이 어떨까?

    최노석 (창원시관광진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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