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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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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046) 제18화 푸른 기와지붕 사람들 36

“빗속의 산책 어때요?”

  • 기사입력 : 2017-03-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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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계천은 콸콸대고 물이 흐르고 있었다.

    “도심에 맑은 물이 흐르고 있어서 좋지요?”

    “네. 조금 아쉽기는 해도 좋아요.”

    “어떤 점이 아쉽습니까? 혹시 물값 때문에 아쉬워요?”

    청계천은 맑은 물이 흐르게 하기 위해 한강에서 물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1년에 약 17억원이 든다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서울시가 그 정도 물값을 못 낼 정도는 아니죠. 둑이 모두 시멘트로 되어 있어서 그게 아쉬워요.”

    “돈의 문제가 아니군요.”

    강병훈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기왕에 청계천을 복원하는 것이라면 좀 더 시골스럽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해도 괜찮겠죠?”

    서경숙은 강병훈의 팔짱을 끼었다. 강병훈에게서 좋은 냄새가 풍겼다.

    “물론입니다. 대환영입니다.”

    강병훈이 기분 좋은 표정으로 웃었다. 청계천에는 가로등이 없어서 어두웠다. 왜 여기는 가로등을 설치하지 않았을까.

    서경숙은 강병훈과 나란히 청계천을 걸으면서 의아했다. 그래도 군데군데 수양버들을 비롯하여 작은 나무들이 있었다. 아직 봄이 오지 않아 나뭇가지들은 앙상하게 말라 있었다.

    “빗속의 산책 어때요?”

    강병훈이 서경숙을 돌아보고 물었다. 걸을 때 그의 팔꿈치가 가슴을 찔렀다. 그럴 때마다 어떤 전류 같은 것이 전신으로 흘렀다.

    “좋아요. 도심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네요.”

    비오는 청계천을 걷는 것도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다. 강병훈과 청계천을 걷고 있는데 이동성에게서 전화가 왔다.

    “비가 오고 있어서 전화했어요. 실례가 되는 건 아니죠?”

    이동성은 갤러리에 왔을 때와 달리 정중했다.

    “네. 괜찮아요.”

    서경숙은 강병훈에게 신경이 쓰였으나 쾌활하게 전화를 받았다. 갤러리에 왔을 때는 무엇인가 어수선했는데 차분했다.

    “지금 일본에 있어요. 한국에도 비가 오고 있습니까?”

    “네. 봄비가 오고 있어요. 친구와 청계천을 산책중이에요.”

    강병훈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친구라는 말에 강병훈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호오. 좋으시겠어요.”

    “나름대로 운치가 있네요.”

    “귀국하면 나하고도 함께 데이트해요.”

    “네. 그러세요.”

    서경숙은 편안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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