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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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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기본이 서는 나라를 꿈꾸다- 김진현(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 기사입력 : 2017-03-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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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슬슬 봄이 오나 보다. 점심 식사 후 눈꺼풀 내려가고 나도 모르게 고개가 젖혀지니 말이다. 지난겨울은 추운 줄 모르고 지나갔다. 세상이 추우니 날씨가 춥다는 걸 느낄 틈이 없었다. 최순실. 입에 올리기도 싫지만 요즘은 최순실이 안 들어가면 기사도 안 되고 대화도 안 될 만큼 일상 깊숙이 들어온 단어다.

    최순실 문제가 나온 후부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계속해서 생각해봤다. 정규 방송이나 케이블 방송에 나와 하루 종일 말 안 되는 소리 섞어가며 내가 맞니 네가 맞니 하는 속 보이는 패널들의 얘기도 들어봤다. 유명 정치 평론가들의 칼럼과 대학교수나 법조인의 글, 인터넷을 메우는 수많은 사람들의 주장은 물론, 지인들과의 시답잖은 대화도 해봤다. 시장 소시민의 말도 들어봤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 상식적인 일이 아니기 때문일까. 명색이 기자라면서 왜 이토록 참담한 일이 일어났는지 분석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나름의 답을 내렸다. 내 생각이 결코 정답이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것 때문에 최순실 사태가 일어났다고 판단했다. 기본(基本)이다. 기본이 흐트러지며 생긴 문제라고 판단했다.

    기본이 무엇인가. 사전에는 ‘사물이나 현상, 이론, 시설 따위의 기초와 근본’이라 되어 있다. 일상에서 발생하는 여러 분쟁의 대부분은 기본을 지키지 않아 일어난다. 기본은 만용이나 이기심을 자제시키는 일이며 함께 더불어 살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주차선 그어 놨는데 자기 편하다고 걸쳐서 주차하는 사람. 흡연권을 주장하며 남은 물론 아기가 있어도 담배 피우는 사람. 내 집인데 어떠냐며 아이가 뛰어다녀도 ‘아이구 이뻐라’ 하는 사람. 금방 올 거라며 장애인 주차장이나 임산부 주차장에 버젓이 주차하는 사람. 식당에서 아이들 뛰어다녀도 흐뭇하게 보는 사람. 공중목욕탕 화장실에서 담배 피우는 사람. 아무도 안 본다며 길에 쓰레기 버리는 사람. 내가 민원인이고 내 세금으로 월급 준다며 공무원에 막말하고 행패 부리는 사람. 112나 119에 장난전화하는 사람 등등. 귀중한 지면 다 써도 모자랄 만큼 기본이 안 된 사람들이 널린 세상이다.

    최순실 사태. 난 지도자들이 초등학생들도 다 알 만한 이러한 일상의 기본을 지키지 않아 대한민국 역사상 손가락에 꼽힐 수 있는 부끄러운 일이 일어났다고 결론 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 그래도 만약…. 만약 박 대통령이 국민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행정 관료와 의논하고 정치권과 소통해야 한다는 대통령 리더십의 가장 기본적인 이념을 지키는 대통령이었으면. 만약 기본을 지키거나 지키자고 말하는 청와대 참모들이었다면. 만약 ‘블랙리스트 그런 것 만들면 안 됩니다’고 말하는 장관 차관이었다면. 만약 태어나서는 안 됐지만 대통령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비선 실세들이 그래도 인간적인 기본을 지켰다면 이번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기본을 지켰다면 멸공봉사(滅公奉私)하지 않고 멸사봉공(滅私奉公)했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현 정국을 주도해 가고 있는 정치인들 중 기본을 지키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천연기념물로 불리겠지만 만약 그런 국회의원들이 있었다면 그래도 사태가 이 지경까지는 안 왔을 것이다.

    낼모레면 대한민국은 또 한 번 격동 속으로 들어갈 것 같다. 탄핵이 인용이 되건 기각이 되건…. 이 난을 빌려 국민들에게 한말씀 드리고 싶다.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우리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기본인 법의 결정을 믿고 수용하자고.

    김진현 (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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