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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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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난의 역설- 독설의 역설

잘못·불의 바로잡는 ‘비난의 순기능’ 주목
건강한 비난으로 사회 변화시킨 사례 소개

  • 기사입력 : 2017-03-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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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혀 아래 도끼 들었다’는 속담이 있다. 말을 조심하라는 말이다. 상대에게 도끼를 날릴 정도의 말은 ‘비난(blame)’으로 치환될 수 있겠다.

    비난은 우리가 스스로를 자리매김하기 위해 사용하는 온건한 방법일 수도 있고, 부드러운 언쟁일 수도 있지만, 상대방에게 독이 되고 커다란 상처와 충격을 주는 일일 수도 있다. 그렇기에 비난은 결혼 생활을 깨뜨릴 수도 있고, 직장 동료와의 관계를 망가뜨릴 수도 있다. 비난이 일상화된 사회는 경직될 수밖에 없다. 괜히 나섰다가 실수라도 하면 비난을 받을 텐데 누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주도적으로 일을 처리하겠는가. 심리학자 제임스 리즌은 이러한 비난 문화가 ‘취약 시스템 증후군’, 즉 조직이 실패와 기능 장애를 일으키기 더 쉬워지는 현상을 불러온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비난이 문제의 원인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잘못과 불의를 바로잡는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조직행동 분야 전문가인 저자는 이 책에서 비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그는 비난이 갖고 있는 파괴적인 속성보다 사회에 필요한 순기능적인 속성에 더욱 주목한다.

    저자는 비난을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의 결정이나 행동에 대해 설명 책임을 다하도록 만드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설명 책임(accountability)이란, 어떤 사람이나 기관이 정당하게 질문할 자격이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활동이나 의사 결정에 대해 합당한 설명을 할 책임과 의무를 뜻한다.

    대표적으로 비정부기구(NGO), 언론 등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며, 최근에는 소셜 미디어의 확산으로 국민 개개인이 직접 부도덕한 정부나 기업을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내부 고발자의 용기 있는 양심선언과 폭로 또한 비난의 순기능을 실현한 대표적인 예다.

    2017년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비난의 목소리’가 거세다. 수많은 국민이 다양한 방식을 동원해 부도덕한 정부에 책임을 따져 묻고 있다.

    정부만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3년에는 대리점에 물량을 밀어넣은 유제품 회사, 또 지난해에는 알바생의 임금을 체불했던 패밀리 레스토랑 등 비도덕적인 기업들도 비난의 대상이 됐다.

    이 같은 일련의 사안을 놓고 볼 때, ‘비난의 역설’은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들은 왜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또 이를 통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일깨워준다. 힘없는 자를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인 비난은 경계해야 하지만, 정당한 비난은 힘없는 자가 잘못과 불의를 저지른 거대 권력에 맞설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기에 그렇다.

    이 책은 1부에서 비난 문화의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짚고, 2부에서는 비난의 순기능으로서 건강한 비난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집중적으로 살핀다. 마지막 3부에서는 비난 사회를 넘어 공정 사회·회복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방법을 찾고, ‘비사과성 사과’의 문제점도 지적한다. 스티븐 파인먼 지음, 김승진 옮김, 아날로그 펴냄, 1만4000원

    서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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