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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 김동규(고려대 명예교수)

  • 기사입력 : 2017-02-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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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는 공자의 논어 안연(顔淵)편에 나오는 것으로, BC 6세기경 중국 제(齊)나라의 왕 경공(景公)이 공자에게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가 대답한 말이다.

    그 뜻은 정치란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우며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몇천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진리라고 하겠다.

    다시 말해 임금은 임금으로서의 권위와 자세, 신하는 신하로서의 역할과 의무, 부모는 부모로서의 위엄과 자애로운 태도, 자식은 자식으로서의 부모에게 대한 효도와 도리를 해야만 가정과 사회와 국가가 건전하고 평화와 번영이 있으며 이것이 곧 올바른 정치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호관계를 사회학에서는 ‘역할기대(役割期待)’라고 한다. 만일 역할기대가 충족되지 못할 때 상호신뢰성이 없어지면서 실망과 불안, 불신관계의 병리사회로 발전하게 된다.

    실제로 국가는 하나의 거대한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같은 구조와 기능을 지닌 유기체와 같다. 한사람 지휘자의 지휘봉에 따라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악기로 주어진 악보에 따라 연주를 하면 전체적으로 하모니가 이뤄지면서 하나의 웅장한 교향곡이 울려 퍼지듯이 국가나 사회도 군주를 중심으로 백성들은 각자의 다양한 위치에서 다양한 능력으로 자신들의 역할만 충실히 하면 나라의 질서와 번영이 이뤄지게 마련인 것이다.

    이러한 단순한 이치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하고 자신의 본분을 벗어난 말과 행동으로 불협화음을 나타내고 있는데 문제가 발생된다.

    대통령이 자신의 본분을 망각하거나 이탈하고 정치인들이 의무보다 권리만을 남용하고 부모와 자식들의 관계도 권위와 질서가 흐트러지면서 전체사회가 어지럽게 되자 화음이 아닌 불협화음으로 시끄러운 소음사회로 변하게 된다. 모두가 자신의 위치를 벗어나 본래의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국회의원이라면 주민들을 대표해 나라살림을 꾸려가야 하는 실무자로서 공정성과 봉사정신이 신신(臣臣)이지만 개인적인 영달과 이권추구에만 매달리거나 천박한 막말로 당파싸움이나 하고 있는가 하면, 평생을 오로지 학문에만 전념하면서 사회적으로 존경과 신망을 받으면서 선비정신으로 올곧게 살아야 할 학자들까지도 연구실을 벗어나 권력의 주변을 기웃거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마치 오뉴월 쓰레기더미에 꼬이는 똥파리 떼와 같다.

    여기서 허유(許由)와 소부(巢父)라는 고대 중국의 전설적인 인물의 일화를 생각해 보자.

    중국 요나라 임금이 왕위를 물려주려고 신하를 시켜 깊은 산속의 영수(潁水)라는 냇가에 숨어살고 있는 허유를 찾아가 왕명을 전하자 그 소리를 들은 귀가 더러워졌다고 하면서 냇물에 귀를 씻고는 기산(箕山)으로 들어가서 칩거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소부는 한발 더 나아가 자기의 소에게 허유가 귀를 씻은 더러운 물을 먹일 수 없다면서 소를 끌고 상류로 올라가서 물을 먹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청렴한 선비들의 태도는 예나 지금이나 그 근본은 같다고 본다. 현실정치란 학문영역과는 전혀 다른 가치관과 세계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 앞에는 정치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더러운 진흙 속에서 보석을 찾아내야만 할 것이다. 누가 군군(君君)의 모습을 갖춘 사람인지 가려내야 한다. 군주의 인품이 교향악단의 총지휘자는 못되고 일개의 피아니스트인가 또는 바이올리니스트에 불과한가를 가려내는 것은 유권자들의 능력인 것이다. 실제로 올바른 민주정치는 높은 민도(民度)가 전제돼야 가능하다. 그렇지 못할 경우 잘못하면 중우정치(衆愚政治)로 전락되기 마련이다.

    김동규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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