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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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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할 일이 있다는 것 - 이정환 (한국엔지니어 창원클럽 회장)

  • 기사입력 : 2017-02-2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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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어제 일을 하면서 행복하다고 느꼈는가?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사람들은 뭐라고 답할까? 솔직하게 ‘먹고살아야 하니까 하는 것. 평생 쓸 돈만 있다면 놀러 다니며 쉬고 싶다’는 대답이 많지 않을까.

    필자가 알랭 드 보통의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책을 접했을 때가 생각난다. 황량하고 쩍쩍 갈라진 땅 위에 서류가방 하나만 덩그러니 있고 초원이 멀리 떨어져 있는 표지 작화가 눈에 들어왔다. 그때 ‘사람에게 일이란 그런 것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왠지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자 노란색의 하드커버가 눈에 들어오면서 알랭 드 보통이 풀어나가는 일에 대한 견해를 보며 이 책 속에는 사실 노스텔지어(Nostalgia)가 펼쳐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얼마나 역설적(逆說的)인가. 황량하고 메마른 겉모습 속 아름답게 펼쳐진 노스텔지어라니. 저자는 무미건조하고 지루할 것 같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들에 대해 ‘사람’을 발견하고자 이 책을 저술했다고 밝힌 바 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일은 인간의 벌집 안에서 우리 각자에게 부여하는 자기를 일깨워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이다. 더불어 일은 우리에게 사랑과 삶의 의미의 중요한 원천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 주위에 있는 수많은 직업의 여러 사람들이 제각각 원하는 일을 하며 사회 속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며 살아간다. 이처럼 일이란 기쁨의 요소 중 하나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곧 자신의 삶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필자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을 느끼는 사람 중 하나가 되려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구절처럼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어 한다. 나는 당신에게 당신은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기 위해 일을 하고 서로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 노력하고 그것을 즐기기 위해 애쓰는 준비된 사람들은 무한한 일의 기쁨을 맛볼 수 있다. 노래방에서 노래를 하나 부를 때도 좋아하는 곡을 골라 가사를 외워 심취해 부른 것과 그냥 무작위로 골라 부른 노래는 부르는 이나 듣는 이나 느낌이 다르지 않던가.

    사람들의 세상 사는 이야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일 역시 그 세상 사는 이야기 중 하나인 것이다. 미리 준비해 집중하지 않으면 일을 통해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일은 삶의 애(哀)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일 속에서 행복과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마치 평소 뒷산과 풍경들이 아름다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시시콜콜한 것처럼 느껴지다가 로마의 콜로세움이나 파리의 에펠탑 등 웅장한 건물을 보고서야 ‘아 아름답다!’라고 느끼는 것처럼 일이 우리들의 일상에 너무나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우리가 일을 사무적으로만 생각하고 대하기보다는 자신의 삶 속에서 자아를 발견하는 도구로 생각한다면, 어제도 했던 일이 오늘은 사뭇 새롭고 즐거운 놀이처럼 느껴질 것이다. 마치 장미꽃처럼 화려한 꽃에 눈이 가다가 주변에 항상 피어 있지만 눈길을 받지 못하는 들꽃의 수수한 아름다움에 반해 찾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일은 우리의 끝없는 불안을 잠재워 줄 것이다. 일은 우리에게 품위 있는 피로를 안겨줄 것이다. 일은 우리에게 더 큰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줄 것이다.” 그렇다. 사람은 할 일이 있을 때 죽음을 생각하기 어렵다. 우리들은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끝없이 발전하고 또 노력한다. 일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살게 해 주는 희망이기도 하다.

    이정환 (한국엔지니어 창원클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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