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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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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사회불신의 확장, 그 위험성 - 이상목 (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17-02-22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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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피고인’이 안방 시청자들을 매료하고 있다. 16부작 월·화 드라마로 기획돼 벌써 10부가 방영됐는데, 한순간 빈틈을 주지 않고 높은 스릴과 팽팽한 긴장감으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20%대를 넘나드는 높은 시청률로 동시간대 다른 드라마를 압도한다. ‘수단 안 가리는’ 금력과 ‘부정직한’ 권력의 협잡에 의해 진실과 정의가 압살당하지만, 끝내 승리하리라는 강력한 희망과 기원을 이끌어내기 때문이다. 좀처럼 TV드라마에 눈길을 뺏기지 않는 필자지만, 이 드라마의 흥미진진함에는 버틸 재간이 없다. 배우 지성과 엄기준의 불꽃 연기대결도 매우 흥미롭다.

    극작가의 결론 지점을 간파하지는 못했지만, 중후반부까지의 전개는 선과 악의 치열한 긴장상황이다. 악의 화신에 가까운 살인자 차민호를 처벌하려던 정의감 넘치는 검사 박정우가 오히려 아내와 딸을 살해한 누명을 쓴 사형수가 되면서, 이를 타개하려 몸부림치는 과정의 연속이다. 누명을 씌운 주체는 살인죄를 모면하려는 차민호다. 하지만 쌍둥이 형을 죽이고 형 행세를 하며 아버지 회사의 경영권을 물려받게 된 그가 막강한 금력으로 부장검사와 교도소장을 매수해 진실을 덮으려 한다. 돈에 포섭된 두 권력자는 차민호 편이 돼 시청자들의 분노를 촉발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이 드라마의 본질은 금력과 권력의 협잡에 의해 실체적 진실이 얼마나 왜곡되고 숨겨질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해 개봉돼 950만 관객을 끌어 모았던 영화 ‘검사외전’도 정의로운 검사와 권력을 좇는 검사의 구도를 통해 부정의를 고발했다. 이 영화에서 의로운 검사역 황정민도 오히려 살인누명을 쓰는데, 누명 씌운 사람은 더 힘센 검사다. 조인성이 주연한 영화 ‘더 킹’의 설정도 유사하다. 초임 땐 약자의 편에서 정의를 대변하지만 점차 조직에 순치되면서 타락한 권력자의 전형으로 바뀌는 일부 검사의 행태를 고발한 셈이다.

    이들 세 픽션이 그려내는 상황이 실제 우리 법조계의 보편적 민낯은 아닐 테다. 어디까지나 상상의 영역이다. 그럼에도 그럴 개연성을 드라마와 영화는 시사한다. 때문에 극(劇)의 재미를 떠나 이들 영화와 드라마가 ‘사회불신’을 확장하는 후유증을 초래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실제 한국행정연구원이 우리 사회의 갈등·통합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 최근 실시한 ‘2016년 사회통합 실태조사’에서 권력기관에 대한 신뢰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더한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가족·지인엔 높은 신뢰를 보였으나 국회·정부·검찰 등 권력기관에 대해선 그 반대였다. 4점 만점에 가족신뢰도는 3.6점으로 가장 높았던 반면 중앙부처와 검찰, 법원 등 권력기관 신뢰도는 1.7점에 그쳤다.

    신뢰의 확보가 생명인 헌법기관에 대한 국민불신은 위험하다. 어떻게든 해소돼야 한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건강하게 지속되기 위함이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과 특검수사가 진행되는 국면에서는 더 그렇다. 특검과 헌재에 대해 특정 진영이 반발하는 것도 불신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인용이든 기각이든, 탄핵심판에 대한 불복사태도 예견돼 걱정이다. 이로 인한 혼란은 결국 국민 모두의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극은 극에 머물러야지 현실과 연결시켜 불신을 증폭하는 매개가 돼선 안 된다.

    이상목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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