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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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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뷰티풀 라이프’

우리와 닮은 평범한 부부의 삶 ‘공감’
내달 5일까지 창원아트팩토리서 공연
평범한 노부부 삶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

  • 기사입력 : 2017-02-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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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이 할망구가 전화받는데 티비를 크게 틀고 난리야! 장님이 뭔 티비를 본다고”. “소리로 들으면 되는데 왜. 그럼 당신이 방 안에 들어가서 전화를 받으면 되지”. 백발의 노부부가 거실에서 투닥거린다.

    남편 춘식은 말할 때마다 퉁명스럽게 버럭대고 부인 순옥은 이에 지지 않고 궁시렁거린다. “꼭 저렇게 버럭버럭 소리부터 지르지” “할망구가 늙으니까 성질만 더러워져서는!” 영락없는 현실 부부의 다툼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난다.

    뷰티풀 라이프(작 김원진·연출 이성호)는 평범한 노부부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연극이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황혼기, 서로 치고 받으며 결혼 생활의 갈등이 정점에 달하는 중년 시절, 가장 설레고 행복했던 첫 만남과 연애 시절을 찬찬히 거스르며 보여준다.

    연극의 백미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맛깔나는 대사다. 실제 부부의 대화인 듯 현실감 넘치는 대사는 춘식과 순옥의 삶을 평범한 모든 이의 삶으로 만든다.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다시’, 김건모의 ‘잔소리’ 등 상황에 맞는 배경음악도 극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한몫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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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식과 순옥의 중년부부 시절은 가장 사실적이면서 관객 몰입도가 높은 부분이다.

    아내는 시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남편은 이를 모르고 온통 관심은 낚시뿐이다. 친정에 한 번만 같이 가자는 아내에게 남편은 친구와 낚시 약속이 있다며 무시해버린다. 아내는 내가 달라진 게 없냐, 왜 그렇게 관심이 없냐며 이야기 물꼬를 트려 하지만 서투른 시도에 뜻대로 풀리지 않고 마침내 낚싯대 손질하는 남편을 향해 억눌렀던 감정을 뿜어낸다. “낚싯대 부러진 건 알지! 나 어디 고장난 건 모르고… 내가 시댁 가면 가장 불편한 사람이 누군지 알아? 당신이야. 당신이 언제 나 신경 쓴 적 있어?” “니가 시댁에서 뭘 잘한 게 있노? 꼭 서운한 걸 얼굴에 그렇게 티를 내고 다니고… 고만하자. 니하고는 대화라는 게 안 된다”.

    서로에 대한 무심함, 시댁·처가와의 갈등, 뜻대로 안 되는 자식까지 누구나 한 번은 겪어봤거나 집에서 들어봤음직한 내용들이다. 한바탕 고성이 오간 후 밖으로 나가버리는 춘식과 바닥에 주저앉아버리는 순옥의 모습은 어느 집의 부부싸움을 그대로 똑 잘라 가져온 듯 현실감이 넘친다.

    연극의 백미인 대사를 살리는 것은 배우들의 호연이다.

    뷰티풀라이프는 2인극으로 춘식 역은 창원 출신의 배우 허세직(30), 순옥 역은 배우 황아영(32)이 맡았다. 두 배우 모두 원작을 연출한 극단 세놈 소속이 아닌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배우로, 첫 지역공연인 창원 공연을 위해 오디션으로 선발됐다. 각각 연기경력 3년, 5년 차인 두 배우는 각 인물에 맞는 동작뿐만 아니라 표정, 대사톤도 섬세하게 표현해 쌓아온 내공이 탄탄함을 입증한다. 이들은 노인, 중년, 청년을 오가는 부부뿐만 아니라 기타 배역도 완벽하게 소화해내 1인 다(多)역에도 어색하지 않다.

    배우 허세직은 지역 출신답게 능숙한 사투리 구사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고 황아영 또한 안정적인 연기로 극을 뒷받침한다.

    삶의 끝자락에서야 평생을 함께한 배우자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 노란색임을 알게 되는 장면은 찡하면서도 한편으론 뜨끔하다. 곁에 있는 사람, 가까운 사람에게 ‘있을 때 잘하라’는 잊기 쉬운 진리를 되새기게 만든다.

    공연은 3월 5일까지 창원아트팩토리(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73-49 창원오피스텔 지하 2층). 예매처 인터파크. 문의 ☏ 1899-9498.

    김세정 기자 sj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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