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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032) 제18화 푸른 기와지붕 사람들 22

“담배는 몸에 안 좋은데…”

  • 기사입력 : 2017-02-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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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한수의 춘화도는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동성의 선친이 수제로 책을 만들었다고 했다. 표지는 금으로 장식했는데 이탈리아의 장인이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정성스럽게 만들어 책 한 권에 일백만원을 지급했다. 이동성의 선친은 수백 권의 책을 만들어 88올림픽 유치 경쟁을 벌일 때 세계 여러 나라의 IOC 위원들에게 선물을 했다고 했다.

    미술계에 소문으로 나돌아 확인할 수는 없었다.

    이동성은 점심을 먹으면서도 말이 많았다. 그는 레스토랑 인테리어와 음식까지 거론하고 한참을 떠들고 돌아갔다.

    ‘감정의 기복이 심한 사람이구나.’

    서경숙은 머리가 어지러워 정원으로 나와 담배를 피웠다.

    “삼일그룹 부회장님이 굉장히 말씀이 많네요.”

    심은지가 뒤따라 나와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특별히 말씀이 많은 것 같아.”

    “그래도 그림 하나 안 사시네요.”

    “삼일그룹에는 미술관이 있어. 우리 그림이 눈에 들어오겠어?”

    “기업가들은 마음에 안 들어도 사줄 때가 있어요.”

    “그걸 민원이라고 그러는 거야. 민원이 들어가면 반드시 대가를 지불해야 돼.”

    서경숙은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관장님, 저도 담배 한 대 피울게요.”

    “그래. 담배는 몸에 안 좋은데….”

    서경숙은 웃으면서 담배를 건네주었다.

    이유정과 인천지검 검사장 부인 주옥희가 갤러리에 온 것은 오후 3시가 지났을 때였다. 그들은 천천히 갤러리를 둘러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옥희는 재산은 있어도 사치스럽게 꾸미지 않았다. 항상 미소를 짓고 있었으나 눈매가 차가웠다. 40대 초반으로 긴 생머리를 하고 있었다.

    “갤러리가 참 좋네요. 이런 갤러리를 운영하려면 돈이 많이 들겠어요.”

    주옥희가 서경숙에게 말했다. 서경숙은 레스토랑으로 안내하여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옥희는 병원장의 딸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돈은 주위 분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허지만 돈이 문제인가요? 시간이 문제죠.”

    “나도 뭔가 해보고 싶은데 마땅한 게 없어요. 이제는 애들도 크고 뭔가 해보고 싶어요. 전에 꽃집을 하려고 하다가 남편에게 야단을 맞았어요.”

    “왜요?”

    “검사 부인의 수준에 안 맞는데요.”

    “꽃을 좋아하시나 봐요.”

    “어릴 때부터 꽃을 좋아했어요.”

    “그럼 하세요.”

    “남편의 앞날에 방해가 될까 봐 못하겠어요. 남편도 화를 낼 거고… 남편은 치맛바람을 아주 조심스러워 해요.”

    서경숙은 주옥희의 남편이 야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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