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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6월 28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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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탐방] 6. 데스파시오

(6) 여섯 번째 다방, 데스파시오

  • 기사입력 : 2017-02-17 14: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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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絲)로 그림을 그린다고 할까요? 경사(經絲·날실)와 위사(緯絲·씨실)를 교차시켜서 회화를 그린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김예슬(25) 대표와 정호석(26) 대표는 여러 가지 직물들을 보여 가며 기자에게 열심히 설명을 했다. 그들이 말하는 '섬유미술'이 무엇인지, 기자는 조금 어리둥절했다. 섬유면 섬유지, 섬유로 무슨 예술을 한단 말인가.

    사실 취재 섭외를 하기 전 '뜨개 수업을 하는 카페' 정도로 '오해'했다고 고백을 하자면, 뒤늦은 무례일까. 기자가 찾아간 날도 '실'을 재료로 쓰는 생소한 예술을 하기 위해 몇몇 사람들이 그 작은 공간에서 이리저리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김해 전하동의 카페 '데스파시오'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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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데스파시오'의 김예슬·정호석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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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파시오'는 2015년 6월에 문을 열었다. 동아대학교에서 섬유미술을 전공한 김 대표와 정 대표가 애초에 '작업실'로 선택한 곳이었다. 마실 것을 파는 공간은 아니었다는 말이다. "지인 소개로 전하동의 허름한 옷 수선 집을 알게 됐어요. 할머니 한 분이 옷 수선을 하면서 숙식도 같이하던 낡은 집이었는데, 조금만 손을 보면 예쁜 공간이 되겠다 싶었거든요."

    직접 페인트칠을 하고 바닥 타일을 새로 깔았다. 손때 묻은 가구들을 들여놓고 오밀조밀 공간을 만들어 유칼립투스와 안개꽃 같은 수수한 식물과 초로 장식을 했다. "어차피 저희도 작업을 하면서 커피를 마셔야 했으니까, 작업실을 찾아오는 분들께, 또 동네 주민들에게 소소하게 드리려고 커피를 뽑기 시작했던 게 일이 점점 커졌어요. 음료를 팔게 되었고, 지금은 작업보다 커피 파는 일이 더 비중이 커져 버렸으니까요."

    그렇다고 별 고민 없이 허투루 내놓는 음료는 아니다. 직접 원두를 볶고, 캐러멜도 직접 만든다. 아늑한 분위기와 깔끔한 커피 맛 때문에, 이리저리 입소문이 났고 블로그 등을 통해 유명세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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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그들이 말하는 '작업'이란 무엇인가. 김 대표와 정 대표가 하는 작업은 '타피스트리'(tapestry)'라는 일종의 섬유공예다. 그 원리는 베틀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온몸을 써야 하는 베틀을 축소시켜 손으로 직접 씨실과 날실을 교차시키는 직조(織造)작업라는 점이 다르다.

    이를테면 나무로 된 틀에 날실을 드리워 하프처럼 만들고, 그 성긴 실 사이사이를 씨실로 채워나간다. 다양한 색감의 실로 그림을 그리는 거다. 텍스타일이나 패션 분야에서는 '타피스트리'를 부수적인 작업으로 치부하지만, 그림을 창조한다는 점에 있어서 회화의 요소를 갖는다고 볼 수 있고, 때문에 충분히 독립적인 예술의 한 분야가 된다. 그림이기 때문에, 벽걸이로 가장 많이 만들어진다.

    "아직 많은 분들에게 생소한 분야예요. 국내 대학에서도 건국대와 홍익대, 동아대에서만 섬유미술을 가르치고 있다고 알고 있어요. 어떻게 사람들에게 쉽게 접근하고, 실생활과 접목시킬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처음엔 타피스트리를 배우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서 출장수업만 다니다가, 작업실을 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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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파시오(despacio)'는 스페인어로 '천천히'라는 뜻을 가진 단어다. 성인 남자 손바닥만한 타피스트리 작품 하나 만드는 데도 5시간은 족히 걸린다. 처음엔 우습게보았던 사람도, 직접 만들어보면 그 수고로움에 뜨악하게 된다. 두 사람은 데스파시오를 통해 '손으로 천천히 만들어 쓰는 가치를 인정받고 싶다'고 말한다.

    그래서 '느리지만 가치 있는 라이프를 추구합니다'라는 부제를 달고, '데스파시오'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단순히 카페이름이 아니라, 브랜드다. 소소하게 '데스파시오'라는 이름을 단 가방이나 벽걸이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 1년 반 동안 카페를 통해 '데스파시오'라는 브랜드를 알리는데 주안점을 두었고, 김 대표와 정 대표가 추구하는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을 두루 만나게 됐다.

    실제로 현재 '실'이라는 매개로 만난 많은 사람들이 '데스파시오'를 구심점으로 모인다. 때문에 자수, 뜨개, 가죽공예 등 다양한 수업이 데스파시오에서 열린다. 주로 원데이 클래스로 이뤄지고, 2~5명 정도가 모여 작업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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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기자가 한발 늦었던 걸까. 안타깝게도 2월 말까지만 음료를 판매한다고 했다. 커피를 마시러 오는 사람들로 카페가 붐비면서, 작업실로 쓰려던 본래 공간의 취지를 자꾸만 잃어가기 때문이란다. 더욱 아쉬운 건 내년에 부산으로 작업실을 옮길 계획이라는 사실. 새 보금자리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다시 커피를 판매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사실 저희는 서울 연남동 같은 곳을 꿈꿨어요. 문화골목 같은 곳이요. '데스파시오'를 시작으로 주변에 다양한 공예품점도 들어서고 서점과 카페가 골목에 자리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점포를 열려고 시도했던 사람들도 많았어요."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을 등에 업지 못한 꿈은 '한번쯤 꾸어봄직한 희망사항'으로 남기 쉬웠다. 인근에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가 들어서면서 골목상권보다 거대상권 유치를 바라는 주민들의 요구가 커졌고, 문화골목 조성의 꿈은 자연히 관심사에서 밀려났다.

    하지만 두 사람은 씩씩했다. "계속해서 '데스파시오'를 하나의 브랜드로 알리는 일은 멈추지 않을 거예요. 가치를 추구한다는 게, 공간이 있고 없고의 문제는 사실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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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력 포인트
     
    카페 '데스파시오'의 파란색 대문을 열면 푸들 '까미'와 스피츠 '조은이'가 먼저 반겨준다. 낯선 사람에게도 스스럼없이 다가서고 안긴다. 새까맣고 새하얀 두 녀석이 바깥을 내다보고 있는 모양새가 집사처럼 늠름하다. 두 아이 모두 사연이 있다. 버림받은 상처를 가진 유기견이다. 길에서 돌아다니던 아이들을 데려왔는데, 지금은 까페를 방문하는 모든 이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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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메뉴
     
    베트남 라떼(5,000원). 베트남 등지 동남아에 여행을 가본 사람이라면 달고 진한 커피를 맛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 착안해 만든 커피. 연유를 아래에 두껍게 깔고, 에스프레소를 얹어 얼음을 띄웠다. 달고 시원한데 뒷맛도 깔끔해 추운 겨울에도 단연 인기 만점이다. 한 번이라도 이 달콤한 커피를 맛보고 싶다면 2월 안으로 방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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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 및 영업시간
     

    김해시 전하로208번길 33
    평일 오전11시30분~오후8시
    토요일 오전11시30분~오후10시
    매주 일요일 휴무(출장이 잦아 자체휴무가 있을 수 있다고 한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영업 여부를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다.)
     
    글=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사진=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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