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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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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희망의 끈- 이준희 문화체육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7-02-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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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맷 데이먼 주연의 영화 ‘마션(The Martian)’은 화성을 탐사하던 NASA 아레스3 탐사대가 모래폭풍을 만나 긴급 철수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고를 다루고 있다. 팀원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는 이 사고로 동료와 헤어지게 되고 팀원들은 그가 사망한 것으로 판단해 지구로 귀환한다. 극적으로 살아남은 마크 와트니는 남은 식량과 기발한 재치로 화성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처럼 숨막히는 위기 상황에서도 그는 디스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등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다.

    ▼유머(humor)와 개그(gag)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개그는 그저 상대방을 웃기기 위해 끼워 넣는 즉흥적인 대사나 우스개를 뜻한다. 다시 말해 웃기는 게 유일한 목적이다. 하지만 유머는 그렇지 않다. 익살과 해학과 삶의 희로애락이 적절히 뒤범벅된 익살스러운 농담을 의미한다. 유머 앞에서 우리가 왁자지껄 웃다가도 어느 순간 씁쓸한 눈물을 흘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유머의 어원은 라틴어 우메레(umere)에서 유래했다. 물 속에서 움직이는 유연한 성질을 가진 물체를 지칭한다. 이처럼 적당한 유머는 삶의 경직성을 유연하게 하고 획일성을 창의성으로 바꿔놓기도 한다. 프랑스 가톨릭 사제이자 고생물학자인 테야르 드 샤르댕은 “유머는 남을 웃기는 기술이나 농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유머는 한 사람의 세계관의 문제다”라는 말을 남겼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물을 해결하고, 인분을 거름으로 한 화성산 유기농 감자를 수확하기도 한다. 그는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희망을 잃지 않고 기발한 묘수를 찾아내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 아닐까? 우리는 살면서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알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 같은 수수께끼와 직면하기도 한다. 이 수수께끼는 누가 대신해 풀어주지 않는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과정과 과제에 충실하게 임하며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주인공이 절망과 좌절을 딛고 희망을 품었던 것처럼….

    이준희 문화체육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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