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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자 가곡전수관장의 아름다운 우리 노래, 가곡(歌曲) (3) 생명의 노래, 가곡

‘빠름’의 시대, ‘느림’의 여유로 생명을 이어온 가곡

  • 기사입력 : 2017-02-14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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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도의 시대에 재조명되는 느림의 미학 ‘가곡’. 천년을 이어온 우리 노래 가곡의 음악적 우수성과 시대를 담아냈던 노래인 가곡에 담긴 사연을 짚어 본다.

    ◆들어보고, 비교하며, 직접 불러보기

    가곡이라고 하면 흔히 ‘내 고향 남쪽바다’라든가, ‘그리운 금강산’을 생각하는데 그것은 서양음악이 들어와서 서양음악 기법에 의해 우리말로 된 노랫말을 가지고 만든 곡이다. 보통은 그것을 한국 가곡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가곡이 무형문화재가 된 후 “제가 보유자입니다”라고 소개를 하면, “가곡도 문화재가 돼요”라고 되묻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상은 한국가곡이라고 하는 ‘선구자’ 같은 노래들은 영어로 우리말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조순자를 영어로 하면, C, H, O, S, O, O, N, J, A이다. 조순자라고 하면 될 것을 “Chosoonja”라고 발음하면 뭔가 어색해진다. 지읒, 오, 시옷, 우, 니은, 지읒, 아, “조순자”라고 발음해야 할 것을 말이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노래가 ‘그리운 금강산’이나 ‘가고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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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악연주단 정음이 지난 2013년 창경궁 통명전에서 열린 무형문화재 합동공개행사 ‘궁, 樂을 만나다’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가곡전수관/

    이처럼 가곡은 독특한 발음, 발성, 호흡 등의 당위성을 이해해야만 깊은 감명을 주고 받을 수 있다. 우리말 시어와 음악구조의 절묘한 만남, 그를 통한 고매한 정신세계의 확립을 추구한 가곡의 음악세계는 부단한 탐구정신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현재 가곡은 대한민국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로 지정돼 전승·보전되고 있으며 2010년 유네스코 세계인류 구전 및 무형유산 걸작으로 등재돼 있다. 우리나라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가곡은 자모음이 명확해 피부색이나 눈의 색이 달라도 누구나 다 부를 수 있다. 세계인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가장 느린 음악, 우리 가곡을 부르면서 스스로를 성찰하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가곡을 비롯한 우리 음악을 즐기는 방법은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모두 많이 들어보기와 또 직접 불러보기일 것이다. 특히 가곡은 불러보면 그 묘미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우리 선인들(특히 임금을 위시한 지도계층)은 악기를 다루고 음률을 발성해 호연지기(浩然之氣)를 키우는 한편, 만물이 음의 진동에 의해 어떻게 화(和)하는지를 탐구했다. 그리하여 나와 우리 그리고 다른 이와 소통하며 서로 보듬고 화합하는 슬기를 키워 왔다.

    이번 호를 통해 조금이나마 가곡을 비롯한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기를, 또 그로 인해 현재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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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듣는 우리 음악 이야기

    이번 호에서는 가곡, 가사, 시조를 차례로 알아보면서 가곡, 가사, 시조가 어떤 것이며, 그 차이는 무엇인지 보려 한다.

    △먼저 전통 성악곡 중 그 백미인 가곡(歌曲)= 가곡은 조선시대 선비들이나 경제적으로 부유한 중인들 사이에서 연행되어 왔으며 조선시대의 또 다른 성악곡인 시조, 가사와 자주 비교된다. 가곡, 가사, 시조를 묶어 ‘정가(正歌)’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곡은 특히 시조시(時調詩)를 노랫말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조와는 무엇보다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가곡이 완성된 조선 후기에는 가곡, 가사, 시조의 향유계층과는 달리 민간인들 간에 다양한 성악곡이 발달하기도 하였다. 19세기 말부터 가곡은 ‘노래’라 하였고, 그 외의 성악곡은 ‘소리’라 하여 구별을 두었던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조선후기 성악곡 중에 판소리, 서도소리, 홋소리, 짓소리 등에서는 ‘소리’라는 용어가 쓰였고 가곡에는 ‘노래’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것에서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당시에 사용되었던 ‘노래’라는 용어가 잘 다듬어진 성악곡이라는 뜻으로 유일하게 가곡이 이러한 칭호를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다른 전통 성악곡과 달리 가곡은 문학·성악·관현반주 등이 섬세하게 잘 맞물려 완성된 우리 전통 성악곡 중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또한 호흡법, 발성법, 발음법 등에 있어 발생학적 측면이나 예술적인 측면을 고려해 볼 때 우리나라 모든 성악곡의 기본이 되기 때문에 그 중요성 또한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가곡의 이러한 중요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그 명맥이 몇몇 명인들과 문하생들에 의해서 유지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대중화되어 불렸던 시조(時調)= 이처럼 가곡이 모든 성악곡의 기본임에도 오랜 훈련을 쌓은 후에야 부를 수 있었던 전문가의 음악이었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불리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시조는 전문 가객들에 의해 불리던 가곡이 대중화된 형태라 할 수 있다. 대중이 부르기 쉽도록 가곡을 축소하고 단순화한 음악이 시조였기에 당시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르며 즐겼다.

    가곡과 시조는 노랫말, 장단, 선법, 형식, 반주형태 등에서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가곡과 시조는 둘 다 시조시(時調詩)를 노랫말로 하지만 가곡은 5장 형식이며, 시조는 초장, 중장, 종장 3장 형식으로 종장 마지막 3자를 생략해 노랫말이 좀 더 짧다. 또 가곡은 16박 장단으로 된 곡과 10박 장단으로 구성된 곡들이 있지만, 시조는 5박 장단과 8박 장단이 섞여 사용된다. 이 밖에도 가곡이 5음을 쓰는 데 비해 시조는 3음만으로 구성된다는 점, 가곡을 부를 때는 반드시 반주가 필요한 데 반해 시조는 장구 장단 하나로 혹은 그마저도 없으면 무릎장단을 사용해도 상관없다는 점 등이 두드러지는 차이점들이라 하겠다.

    △비교적 감정표현이 자유로운 가사(歌辭)= 가사는 가사체(歌辭體)의 긴 노랫말을 일정한 장단에 맞춰 노래하는 성악곡으로서, 감정표현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가사의 음악적 특징은 매우 복잡한 편인데, 그것은 가사가 비교적 근대에 성립된 까닭에, 전통적인 가곡이나 시조뿐 아니라 민요와 잡가 등의 민속음악과도 영향을 주고받은 때문으로 여겨진다.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는 가사는 모두 12곡으로, 백구사·황계사·죽지사·춘면곡·어부사·길군악·상사별곡·권주가·수양산가·양양가·처사가·매화타령 등이다. 가사는 장구만의 반주로 연주하기도 하고, 또는 대금·피리·해금·장구 등의 반주로 연주하기도 한다.

    가사는 그 음악적인 특징이 복합적이다. 가곡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서도소리나 남도소리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또는 잡가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한 곡에서도 여러 특징이 복합돼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서 죽지사는 남도소리의 요성법을 사용하고, 선법적으로는 가곡 우조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종지법은 잡가와 비슷한 점이 있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가사들은 한 곡 안에 선법, 창법 면에서 여러 특징을 같이 포함하고 있어서 그 음악적 특징을 분류하기 어렵다.

    요컨대 12가사는 정가(가곡)와 민속악(서도소리·남도소리·잡가 등) 두 가지 음악적 성격이 혼합돼 있는 음악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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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느림의 미학을 구현한 가곡

    앞서 들어본 것처럼 가곡, 가사, 시조는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현재 우리들에게는 굉장히 느린 노래로 여겨진다. 실제 가곡의 여러 곡 중에서 가장 느린 곡은 이삭대엽으로 1분 20정, 1박이 3초에 해당해 서양음악의 메트로놈에서 가장 느린 빠르기보다 2배나 느린 빠르기이다. 가히 세계 최고로 느린 노래라 할 만하다. 반면에, 우리는 꽤 오랫동안 빠른 것은 편하고 좋다는 인식에 사로잡혀 왔다. 최근 들어 ‘느림’을 지향하는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우리의 삶은 여전히 너무나 ‘빠르다’. ‘느림’을 통해 현재의 시간과 공간, 전통의 미덕 그리고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생명체들에 대해 돌아볼 여유를 가지기에는 말이다.

    ‘느림의 미학’이라 할 만한 가곡은 ‘생각하게 하는 음악’, ‘편안하게 하는 음악’이다. 가곡은 속도에 묻혀 잃어버린 많은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리 땅에서, 우리 선조들이 수세기에 걸쳐 불러온 이 같은 노래야말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기에 더없이 좋은 매체일 것이다.

    정리=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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