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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1) 수서양단(首鼠兩端) - 머리를 내민 쥐가 이리저리 망설인다

  • 기사입력 : 2017-0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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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전한(前漢) 5대 황제 문제(文帝)의 황후의 조카인 두영과 6대 황제 경제의 황후의 동생인 전분은 모두 대단한 외척이었다. 그러나 연장자인 두영은 지는 해와 같은 신세의 원로 정승이었고, 전분은 떠오르는 아침 해와 같은 신임 정승이었다.

    어느 날 전분이 잔치를 베풀어 손님을 초청했는데, 고관대작(高官大爵)들이 다 모여들었다.

    두영의 친구인 관부(灌夫)가 두영을 무시한 어떤 고관을 힐책(詰責)하는데, 전분이 그 고관을 두둔하고 나섰기 때문에 관부가 전분에게 대들었다.

    관부가 사과를 했으면 문제가 안 되었겠지만, 한사코 사과를 거부하는 바람에 이 일이 결국 조정의 논의에 오르게 됐다. 양쪽 주장을 다 들은 무제는 중신들에게 물었다. 조정의 논의가 둘로 나눠졌다. 어사대부(御史大夫) 한안국(韓安國)도 명확한 대답을 피했다. “폐하, 양쪽 다 일리가 있사와 흑백을 가리기가 심히 어렵나이다”라고 했다.

    중신들의 불분명한 태도에 실망한 무제가 자리를 떴다. 전분은 화가 나서 한안국을 책망했다. “그대는 어찌하여 ‘구멍에서 머리만 내민 쥐가 이리저리 살피듯 했소(首鼠兩端)’? 이 사건은 시비곡직(是非曲直)이 불을 보듯 훤한 일인데도….”

    세상을 살아가면서 바로 결단이 되는 일도 있지만, 망설여야 할 때도 많다. 나이가 들고 지위가 높아지면 아는 사람이 많아지고 고려해야 할 사항이 점점 더 늘어나 결단하기가 어렵다.

    아는 것이 많으면 글쓰기가 더 어렵다고 한다. 젊을 때는 자기가 아는 것이 모든 것인 줄 알고 쭉쭉 써 나가지만, 학문이 깊어지면 한 가지를 주장하려고 하면 반대 의견도 있기 때문에 쉽게 결론을 내릴 수가 없다.

    그러나 방법은 단 한 가지 ‘옳은 길(義)을 따르는 것’뿐이다. 우선은 좀 불편하고 불리하지만, 먼 훗날 평가에서 옳은 길을 간 사람만이 살아남는다.

    정치가들은 두 갈래 길에서 판단을 잘못하면 공천을 못 받아 정치생명이 끊어지기 때문에 더욱 이리저리 눈치를 많이 본다. 그래도 옳은 길을 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줄 서는 장소에서 줄을 바꿔서 이익 볼 확률이 0%라고 한다. 어떤 때는 득을 보지만 어떤 때는 손해를 보기 때문에 결과는 0이라는 것이다. 정치가나 국가지도자가 옳은 길을 걸을 때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쳐서 함께 옳은 길을 걸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반기문, 김문수씨 등이 너무 원칙도 없이 눈치를 보다가 국민들로부터 버림을 받고 있다. 약간 불리해도 자기의 옳은 노선을 지켜 나가야지 쥐구멍에서 머리를 내민 쥐가 이리 갈까 저리 갈까, 나올까 들어갈까 하는 모양을 본받아서는 안 된다.

    ‘수서(首鼠)’는 그 자체가 ‘주저(躊躇)’와 같이 ‘머뭇거린다’라는 뜻이라는 주장도 있다.

    *首 : 머리 수. *鼠 : 쥐 서.

    *兩 : 두 량. *端 : 실마리 단, 갈 래 단.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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