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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커피 한잔에도- 이현근 사회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7-0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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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극심한 불경기 속에 문 닫는 식당이 늘어나고 있지만 한 집 걸러 새로 창업하는 곳은 거의 커피전문점인 카페다. 미니 카페에서부터 전망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거나 그림 같은 멋진 인테리어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대형 카페까지, 그야말로 카페 전성시대다. 2014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일주일간 커피 섭취는 12.3회로 주식인 쌀밥 7회보다 훨씬 많았다. 한국 사람들은 밥은 먹지 않더라도 매일 커피는 마시고 사는 셈이다.

    ▼약 6세기경 에티오피아에서 목동 칼디가 어느 날 양들이 붉은 열매를 먹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날뛰는 것을 보고 자신도 먹어 보니 힘이 솟는 느낌이 났다. 이 소년은 승려들에게 붉은 열매를 바쳤더니 악마의 열매라며 불에 태웠는데 그때 나는 향에 승려들이 매혹돼 물에 타 먹으니 머리가 맑아지고 활력이 솟아나면서 즐겨 마시게 됐다고 한다. 이를 ‘칼디의 전설’이라 부르고 있다.

    ▼커피는 ‘칼디의 전설’ 이후에도 그다지 전파되지 않다가 13세기 십자군전쟁 때 병사들이 마시면서 유럽으로 퍼져 나갔고 16~17세기 유럽 강대국들이 식민지정책을 펴며 대량생산의 길을 열었다. 이후 유럽에는 카페의 전신인 커피하우스가 생겨났고, 우리나라는 1895년 고종이 처음 커피를 마셨으며 1920년대 서울 종로 등에 커피전문점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2014년 기준 국내 커피시장은 2조5000억원, 커피 수입량은 13만3732t(5억2729만달러)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 일년에 6000억 잔씩 커피를 마시고 있다. 프랑스의 샤를 모리스 드 탈레랑 백작은 ‘커피는 악마처럼 검고 지옥처럼 뜨겁고 천사처럼 순결하고 사랑처럼 달콤하다’고 커피를 예찬했다. 하지만 다국적 커피기업이나 중간업자들이 수익을 챙기고 생산 농민들의 수익은 0.5%에 그치고 있다. 에티오피아 커피 생산인구의 30%가 열다섯 미만의 어린이로 노동 착취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뜨거운 커피 한잔에도 눈물과 역사가 있다.

    이현근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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