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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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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028) 제18화 푸른 기와지붕 사람들 18

“어제 화려하고 아름다웠어요”

  • 기사입력 : 2017-02-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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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숙은 눈을 감고 그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그에게서 남자의 체취가 풍겼다. 그는 이미 서경숙의 몸속에 깊이 들어와 있었다. 그녀는 장대한을 껴안고 인어처럼 흐느적거렸다. 얕음과 깊음, 뜨거움과 떨림이 머릿속에서 자욱하게 운무를 피어오르게 했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을 바다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바다는 끊임없이 파도치고 있었고 배는 노를 젓고 있었다. 바다는 때때로 거센 파도가 되었다. 나룻배를 집어삼킬 듯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면서 달려왔다.

    배는 거센 파도 위에서 가랑잎처럼 흔들렸다. 거센 폭풍우와 싸우면서 정박할 만을 찾고 있었다. 배에는 하얀 깃발이 있었다. 찢어진 기폭이 바람에 사납게 펄럭거렸다.

    땀이 흐른다. 거친 숨결이 잦아진다. 땀이 차가운 물방울이 되어 그녀의 얼굴로 떨어진다.

    눈을 감았다. 커튼 사이로 도시의 네온사인 불빛이 틈입해 들어온다. 나른한 기운이 온몸을 휘어 감는다. 그녀는 어둠속으로 서서히 용해되어 간다.

    서경숙은 깊은 잠속으로 빠져 들었다.

    정초부터 매서운 선거바람이 불었다. 장대한과 호텔에서 나와 해장국을 먹고 아파트로 돌아오자 민병삼이 인터뷰를 하는 것이 텔레비전을 통해 보였다.

    ‘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 나라는 잘 살게 될까?’

    서경숙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대통령후보보다는 나아 보였다. 서경숙은 옷을 갈아입고 풍운개발 사무실로 출근했다.

    “회장님, 어제 바쁘신데도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임준생의 집무실에 들어가서 인사를 했다.

    “별일 아니에요. 좋은 일인데 참석해야지. 초대해 줘서 고마웠어요. 서 이사의 다른 매력을 본 것 같기도 하구.”

    임준생이 환하게 웃으면서 그녀에게 소파를 권했다. 서경숙이 소파에 앉자 임준생이 앞에 와서 앉았다.

    “어제 화려하고 아름다웠어요.”

    “감사합니다. 회장님도 언제나 멋쟁이세요.”

    서경숙도 임준생을 칭찬했다. 임준생은 회색 양복에 푸른 와이셔츠가 잘 어울렸다.

    “어제 민병삼 의원을 만났는데 잘 알아요?”

    “그 사람 선거캠프 사람들 몇을 알아요.”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다고 기획실에서 그러던데….”

    “언론에서도 그렇게 말하고 있어요.”

    “대통령선거가 본격화되면 선거자금도 많이 필요하겠네?”

    “어쩔 수 없지 않을까요?”

    서경숙은 임준생이 민병삼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조직도 필요할 거고….”

    “저도 조직에 약간 관여하게 될 거 같아요.”

    “하여튼 우리 서 이사는 마당발이군.”

    임준생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 비서실에서 차를 가지고 들어왔다. 찻잔을 보자 향긋한 대추차였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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