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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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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027) 제18화 푸른 기와지붕 사람들 17

“내 여자를 소유하고 싶어요?”

  • 기사입력 : 2017-02-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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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대한은 양주를 주문하여 마시고 있었다.

    “마지막 추위일 것 같아요. 이번 추위가 끝나면 큰 추위는 없을 거예요.”

    서경숙은 장대한의 앞에 앉았다. 장대한이 그녀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서경숙은 음미하듯이 천천히 술을 마셨다.

    “나는 2월이 항상 더 추웠어요.”

    장대한이 찬바람이 부는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얼굴에 문득 고독한 빛이 보였다. 그것은 이동성의 얼굴에서도 보았던 빛이었다.

    “쓸쓸해 보여요.”

    “인간은 누구나 쓸쓸하지. 경숙씨는 쓸쓸하지 않아요?”

    “항상 쓸쓸했어요.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는 말인가?”

    “사람이 위축되어 있으면 안돼요. 움츠러들기 시작하면 한없이 움츠러들게 되고 마음이 자꾸 약해져요.”

    “드레스는 입고 왔어요?”

    “그럼요.”

    서경숙은 웃으면서 코트를 벗었다. 장대한의 눈이 빠르게 그녀의 몸을 더듬었다.

    “드레스를 입은 모습이 예뻐요. 내 여자가 확실한 것 같네.”

    장대한이 웃으면서 술을 마셨다

    “내 여자를 소유하고 싶어요?”

    “소유하고 싶지.”

    장대한이 빙그레 웃었다. 서경숙은 천천히 술잔을 들어 입술을 축였다. 갤러리 오픈 때문에 술을 많이 마셨으나 취한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기분 좋을 정도로 취기가 오르고 있었다.

    “갤러리에 손님이 많은 것 같았어.”

    “오픈 행사일 뿐이에요.”

    “위험한 여자가 되는 것은 아니겠지?”

    “위험한 여자요? 내가 위험해 보여요?”

    “정치인들을 가까이하면 위험할 수가 있어. 항상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아야 돼.”

    “정치인들에게 어떤 것도 원하지 않을 거예요.”

    “정치인들이 가장 교활해.”

    장대한이 천천히 술을 마셨다. 서경숙은 장대한이 걱정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정치에 몸을 담았다가 패가망신을 했다. 호텔에 이르자 밤이 깊어 있었다.

    서경숙은 장대한과 깊은 사랑을 나누었다. 그에게 안겨서 활화산처럼 뜨겁게 타올랐다. 그의 애무를 받아들이면서 몸을 떨고, 그와 일체가 되면서 행복했다. 남자와 여자는 육체의 문을 열고 하나가 될 때 더욱 큰 기쁨을 느낀다. 장대한은 그녀의 가슴에 엎드려 있다. 서경숙은 그의 등을 가만히 쓰다듬었다.

    “경숙씨는 참 포근한 여자야.”

    장대한이 낮게 속삭였다. 그가 서경숙에게 입술을 포갰다. 부드러운 촉감이 그녀의 입술을 덮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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