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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석화(石花)- 이학수 정치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7-02-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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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가을 일본 출장길에서 우연히 거제의 한 젊은 기업인을 만났다. 수산업체 임원인 그는 일본시장을 개척 중이었다. 농수산물박람회를 찾아 시장조사를 하고, 수입업자들과도 만난다고 했다. 수산대학을 졸업한 그는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굴 양식업을 하고 있으며, 생굴과 굴 가공품을 수출한다고 소개했다. 1000만달러 수출을 일굴 정도의 적지 않은 회사였다. 도내 기업인이 해외에서 발로 뛰며 시장개척에 나선 그가 자랑스러웠다.

    ▼최근 식중독 원인균인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남해안 일대 해역의 생굴 채취가 보류됐다. 굴이 제철인 지금 생산업자들에게는 타격이 크다. 더욱이 다음 달 미국 식품의약국의 위생점검을 앞둔 터라 업계와 정부당국 모두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그에게 전화했다. 2012년 굴 수출 중단사태를 떠올리며 미국의 실사를 우려하고 있었다. 특히 이번에는 해역전문가들로만 구성된 실사단이라 빌미가 잡히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

    ▼굴은 바위에 핀 꽃이란 뜻으로 석화(石花)라고 불린다. 다른 조개에 비해 무기질과 비타민 B1, B2 등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가 많다. 칼슘 함량은 우유와 비슷할 정도로 풍부해 ‘바다의 우유’로 통한다. 절세미인 클레오파트라는 아름다운 피부를 위해 식단에서 굴을 빠뜨리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옛말에도 ‘어부집 딸은 까매도 굴집 딸은 하얗다’고 했다. 서양 최고의 플레이보이 카사노바는 매일 아침 생굴을 50개씩 먹었다고 해 굴이 정력에 좋다는 사람도 있다.

    ▼통영, 고성, 거제는 우리나라 굴 생산의 70%를 차지한다. 이들 지역에는 굴 관련 일자리가 많다. 껍질을 까 생굴을 채취하는 공정은 일일이 사람 손이 필요하다. 농한기 손놀림 좋은 여성들이 굴 공장에서 이 일을 하며 짭짤한 농외소득을 올린다. 요즘 굴 소비량이 줄면서 이들의 일거리가 크게 줄었다. 하루빨리 사태가 진정돼 양식업자나 관련 종사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길 염원한다.

    이학수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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