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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치킨집- 조윤제 경제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7-02-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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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킨 먹을 때면 3년 전 히트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온그)’가 생각난다. 이 드라마는 400년 전 지구에 떨어진 외계남 도민준과 왕싸가지 한류여신 톱스타 천송이의 달콤·발랄 로맨스를 그렸다. 당시 드라마에는 천송이가 치킨과 맥주, 즉 ‘치맥’을 먹는 장면이 자주 나와 드라마 인기와 함께 치킨집도 덩달아 호황을 누렸다. 연인·친구·동호회 모임에 치맥이 빠지면 어색할 정도였고, 이러한 치맥의 인기는 치킨집 개업에 불을 댕겼다.

    ▼별온그의 인기는 중국과 동남아에서 ‘치맥’ 신드롬을 탄생시켰다. “눈 오는 날에는 치킨과 맥주를 먹는다”는 여주인공 천송이의 대사가 전파를 타면서 한국의 치킨이 세계인들의 입맛을 잡는 효자음식으로 등극했다. 한류 드라마가 치킨의 세계화를 견인한 것이다. 이러한 한류에 힘입어 많은 업체가 중국과 동남아, 중동과 미국 등지서 한국형 치킨 업소를 속속 개업하는 계기를 제공하기도 했다.

    ▼별온그 종방 이후 중국 관광객들은 한국을 찾기 전 미리 ‘치맥파티’를 열어줄 것을 요청해 이들을 맞는 자치단체에서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대규모 관광객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중국 관광특수를 놓칠지도 모르니 자치단체의 고민은 당연했다. 지난해 3월 한국을 방문한 중국 광저우시 아오란그룹 관광객 4500여명이 인천 월미도에서 개최한 파티는 세계 최대 규모의 치맥파티로 기록된다. 6인용 탁자 750개와 캔맥주 4500개는 물론 치킨 3000마리가 제공됐다니 가히 그 규모가 놀랍다.

    ▼치킨집으로 대표되는 국내 대표 자영업인 음식업소들의 평균 생존기간이 3.1년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별온그 방영 당시 개업한 치킨집은 이미 폐업했거나 폐업이 임박했다는 것을 경고하는 듯해 착잡한 기분이다. 퇴직 후 가장 손쉽게 차릴 수 있는 점포가 치킨집이지만 또 가장 많이 문 닫는 곳도 치킨집이라니…. 동네 브랜드든 전국 체인이든 치킨집을 살리기 위해 치맥을 더 많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조윤제 경제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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