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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요행이 늘어난다는 것…- 전강준(부국장대우 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7-02-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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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네 유명하다는 점(占)집을 찾기도 하고, 각종 빌린 자금을 갚기 위해 은행빚 내 상환에 들어가거나 동분서주한다. 갈수록 돈 구경은 어려워지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 흔한 즉석복권을 사 긁기도 했다.

    사업은 망하고, 실직되고, 은행대출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 신세가 되고, 그리고 이혼은 줄을 이었다. 오직 남아 있는 것은 한 방의 요행을 바라는 것뿐.

    구제금융 당시 20년 전 우리 서민들의 모습이 오늘 다시 요행의 사회로 접어든 느낌이다. 로또 등 복권 구매와 뽑기방, 카지노, 점(占)집을 찾는 사람이 늘어났다. 이혼 역시 경제적 상황만은 아니지만 지지난해 황혼이혼이 3쌍 중 1쌍, 신혼이혼도 23%로, 10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었다는 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요행이 늘어난다는 것은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어렵다는 것.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량이 전년보다 9% 늘어난 35억5000여 게임으로, 판매액도 3조5500여억원으로 사실상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액수로는 지난 2003년 3조8031억원에 이어 두 번째지만 당시에는 로또 한 게임의 가격이 지금의 2배인 2000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상’이라는 용어가 붙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인 ‘강원랜드’의 매출도 늘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은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3분기까지 매출(4381억원)이 지난 2015년보다 6% 이상 늘어난 것으로 발표됐다. 베팅의 지식과 경주를 지켜봐야 하는 경마·경륜도 이를 찾는 사람들은 줄지 않았다.

    여기에 강도는 작지만 500원을 넣고 기계를 조작하는 인형뽑기 게임은 크게 늘어났다. 어느날 갑자기 동네 중심지역마다 뽑기방이 자리를 차지하고, 청년이나 장년 가릴 것 없이 뽑기방에 모여 뽑기에 열중이다. 뽑기방은 지난 2015년 21곳에서 지난해 11월 500곳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게임물관리위원회에서 밝혔다. 2년 사이에 24배로 급증한 것이다.

    담배 역시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판매실적은 줄지 않았다. 가격 인상된 지난 2015년(696억 개비)보다 그 이듬해 판매량이 오히려 763억 개비로 9.6% 증가했다. 어려움을 담배연기로 뿜어낸 것이다.

    이같이 사행산업이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경기불황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임금은 그대로인데 물가는 오르는,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자 로또나 도박 등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요행이 자리했다.

    설상가상으로 가계부채는 올해 150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가구당 빚이 8000만원으로, 가계부채의 위험수위까지 도달했다는 비판적 전망이다.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깐깐하게 만들었고, 상호금융 여신심사 점검 등 가이드라인을 도입할 정도지만 빚은 서민들의 목을 조이고 있다.

    내년이면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근 국정혼란에 경기불황까지 겹치면서 서민들의 근심과 한숨은 깊어만 간다. 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서민 심정이 사행사업으로 빠져 ‘한 방의 요행’으로 나라 전체에 번져 나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아마 차기 대통령감은 가계부채 정책뿐만 아니라 사회에 팽배해지는 요행심리를 없앨 수 있는 사람만이 당선의 영예를 누리지 않나 싶다.

    전강준 (부국장대우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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