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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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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벗겨야 할 감투- 이종훈 정치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7-02-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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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해외 잡지 통계에서 직장인 관심사를 조사했는데 독일인은 ‘휴가’, 미국인은 ‘월급’, 한국인은 ‘감투’를 선택했다고 한다. 승진이나 보직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의 자화상이 드러난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이렇게 감투를 좋아하다 보니 ‘돈만 있으면 개도 멍첨지’라는 속담도 나왔다. ‘첨지(僉知)’란 조선시대 중추부의 정3품 벼슬을 이르는데 돈으로 관직을 사고파는 부정부패가 심해져 수많은 첨지가 생긴 것을 비꼰 속담이다.

    ▼여기에 이름만 있지 실제 자리는 없는 관직을 빗대어 ‘김첨지감투’라는 말도 생겼다. 중국에서도 관직을 사고판 것은 오래전부터였다. 한나라 때는 황제가 궁중에 공식적으로 관직 거래소를 설치하고 관직을 팔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조선 후기 안동김씨의 세력이 대단했다. 집앞에는 청탁과 매관매직을 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심지어 애첩까지도 영향력이 있어 관찰사나 수령들도 그에게 뇌물을 바치고 높은 벼슬자리를 얻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이런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이른바 분경(奔競) 금지법이다. ‘분경’은 ‘분주히 권세가를 쫓아다니며 이익을 다툰다’는 뜻으로 벼슬을 얻기 위해 권력자의 집에 드나드는 것을 금지하는 법이다. 이 법을 어겼을 땐 곤장을 쳐 낙도로 유배를 보낼 만큼 엄격했지만,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권력과 감투를 잡고 싶은 그들의 욕망이 치밀했기 때문일 것이다.

    ▼법을 피하고 누르는 탐욕은 현재진행형이다. 역대 정권마다 이른바 ‘게이트’로 홍역을 앓았고, 이번에는 민간인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 사태로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심지어 외교관 임명까지 허락을 받았다고 해 ‘최순실 아그레망’이라는 말도 나온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다. 법질서 없이는 나라가 존재할 수 없다. 이번 기회에 국민으로부터 나온 권력을 사유화하는 자들의 감투를 벗겨내야 한다. 서릿발 같은 법치정의의 칼날이 절실하다.

    이종훈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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