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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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분청, 그 자유로운 정신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분청사기’ 테마로 올해 첫 기획전
자유로움이 빚은 투박한 形(형), 소박한 色(색)
15일~8월 13일 200여점 선보여

  • 기사입력 : 2017-02-0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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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축도자 전문 미술관인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이 올해 첫 기획전 테마로 ‘분청사기’를 선정했다.
     
    15일 개막해 8월 13일까지 약 6개월간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클레이아크 미술관이 위치한 김해 진례면에서 활발히 생산되고 있는 분청사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로 채워진다.
     
    김해를 대표하는 도자인 분청사기가 지닌 매력과 미감을 자세히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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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청사기, 자유롭고 질박한 매력

    분청사기는 14세기 중엽 퇴조해 가던 상감청자에서 출발했다. 고려 말 원의 간섭이 심해지고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혼란한 정세가 지속되자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던 상감청자도 제작 구심점을 잃었다. 이에 도공들은 전국 각지로 흩어져 자신만의 요(窯)에서 자유로운 도자를 제작하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분청사기가 탄생한 배경이다. 분청사기는 고려 귀족들이 선호하던 화려한 청자나 조선시대 양반, 사대부의 취향에 맞았던 매끈한 백자와 달리 투박하고도 자유분방한 외관이 특징이다. 특히 중국식 공예기술이 아닌 국내 도공들의 독창적인 기법으로 제작돼 우리 민족의 정서와 심성을 가장 잘 담고 있는 도자라고 평가받는다. 15세기 초 조선시대부터 전성기를 누린 분청사기는 조선 중기 백자의 시대가 도래하기 전까지 약 200년간 각계각층에서 사랑받았다. 특히 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즐겨 썼기에 ‘민중자기’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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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종례 作


    분청사기는 회색, 회백색의 태토(胎土)로 만들어져 회청색을 띠며 크게 일곱 가지 기법으로 제작된다. 무늬를 음각으로 새긴 뒤 그 안에 백토 혹은 자토를 넣어 장식하는 상감기법, 도장을 이용해 장식하는 인화기법, 문양을 새긴 후 바탕의 흰 흙을 긁어낸 박지기법, 날카로운 도구로 새기는 조화기법, 철 안료를 사용한 철화기법, 백토 물에 덤벙 담가서 백토 분장하는 덤벙기법, 작은 빗자루나 거친 붓으로 힘 있고 빠른 속도로 바르는 귀얄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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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재 作


    ◆김해, 분청사기의 원류

    김해는 ‘분청사기의 원류’로 불리는 곳이다. 철기시대부터 시작된 김해의 도자기 문화는 가야시대 가야토기를 거쳐 조선시대 분청사기에 이르러 절정에 이른다. 특히 지난해 일본 후쿠오카시 하카타(博多) 유적에서 ‘김해(金海)’가 새겨진 분청사기가 발견된 것은 김해 분청사기가 임진왜란 이전부터 일본으로 유입됐다는 사실, 즉 일본 분청사기의 뿌리가 김해임을 증명하는 사례다. 일본이 임진왜란 때 김해서 활동하던 백파선 등 수많은 도공을 납치한 것도 김해의 우수한 분청사기를 인지하고 탐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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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종 作


    임진왜란 등 여러 차례 전란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그 명맥이 거의 끊어졌던 김해 분청사기는 1980년대 진례면을 중심으로 공방이 생기면서 다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진례면에서는 김해도예협회 주도로 1996년부터 매년 김해분청도자기축제가 개최되고 있으며 현재 80여 개의 공방이 모여 활발한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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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민호 作


    ◆전시 미리보기

    기획전 ‘분청, 그 자유로운 정신’은 김해지역 작가 등 9인의 분청작품 200여점이 전시된다. 분청사기가 가진 특징인 해학과 파격을 과장, 생략, 왜곡 등으로 다양하게 변주한 작품들이다. 전시는 도입부 ‘분청정경(糞淸情景)-정서를 자아내다’와 두 개의 주제 ‘물아일체(物我一體)-자연과 하나되다’, ‘화조풍월(花鳥風月)-생동을 불어넣다’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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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규선 作


    도입부인 ‘분청정경’은 최성재 작가의 작품으로 꾸며진다. 분청사기에 자연을 더한 작품들로 분청의 흥취와 경치를 형상화한다. 작가는 귀얄기법으로 도자, 타일, 도판 등 다양한 오브제를 제작하는데, 일반적인 붓이 아니라 나뭇가지, 대나무 뿌리, 손가락 등을 활용한다. 자연물을 활용해 자연을 그려내는 셈이다. 한 편의 수묵화 같은 추상적인 자연의 풍경에서 한국적인 정서가 짙게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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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옥 作


    첫 번째 주제인 ‘물아일체’는 황종례 작가가 참가한다. 그는 조선시대 생활자기인 밥그릇에서 영감을 받아 철저하게 공예적 가치를 지닌 도자들을 선보인다. 도자기의 근본적 가치인 ‘쓰임’에 주목한 작품들이다. 역시 귀얄기법으로 제작했는데 도입부 작품과 달리 현대적이면서도 소박한 멋이 강조됐다.

    두 번째 주제인 ‘화조풍월’에는 7명의 작가가 참가한다. 화조풍월은 풀과 나무, 달빛, 연못이라는 세 개의 주제로 세분화되는데 이 자연물들은 작가들이 영감을 얻은 대상이면서 각 작품의 특징을 대변하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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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미숙 作


    ‘바람에 흩날리는 풀과 나무’는 이수종, 차규선, 양미숙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이수종 작가는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표면에 철화기법을 활용한 대담한 드로잉으로 강렬한 생명의 기운을 표현한다. 차규선 작가는 귀얄, 덤벙 등 다양한 분청사기 제작기법을 회화에 응용해 매화, 소나무, 산 등 자연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계룡산 분청’의 전통을 잇는 양미숙 작가는 나무, 꽃, 풀 등 자연물을 서정적인 드로잉으로 담아낸다. 계룡산 분청은 철이 많이 함유된 안료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으로 흙, 유약, 철분이 한데 어우러져 독특한 반짝임을 발산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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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상욱 作


    ‘은은히 드리우는 달빛’에는 김정옥 작가의 작품이 전시된다. 옛 가옥의 창호문에 달빛이 비치는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는 주로 박지와 덤벙기법을 사용해 가구를 제작한다. 분청의 은은함에 나무, 금속 등을 더해 현대적인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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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태 作


    ‘조용히 일렁이는 연못’에는 허상욱, 정민호, 김정태 작가가 참가한다. 허상욱 작가는 도자기의 표면을 긁거나 점처럼 표현하는 과정을 반복해 들꽃, 연못 속 물고기 등 편안하고도 즐거운 경험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정민호 작가는 유약을 통한 다양한 분장 기법으로 자연에서 발견할 수 있는 투박하고 자유분방한 형(形)과 색(色)의 분청을 보여준다. 김정태 작가는 연못, 바위 등 주변의 자연물에서 영감을 받아 정형화되지 않은 굴곡을 손끝으로 주무르고 쌓아 올려 무심하고도 순박한 형태와 질감을 의도한다.

    전시를 기획한 홍희주 학예사는 “분청과 그 자유로운 정신이 지닌 의미에 대해 사유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의 www.clayarch.org 또는 ☏340-7009.

    김세정 기자 sj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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