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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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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020) 제18화 푸른 기와지붕 사람들 ⑩

“설국 같지 않아요?”

  • 기사입력 : 2017-02-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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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일그룹도 막강한 변호사들이 있었다. 정보력도 뛰어나서 항상 위기에 발 빠르게 대처해 왔다. 그러나 이동성은 정치인들의 행태에 분노하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내 꿈이 뭔지 알아요?”

    “몰라요.”

    “나는 세계여행을 하고 싶어요.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유로운 여행이요. 얼굴이 알려져서 국내 여행도 제대로 못해요. 여름에 지리산 종주를 한 일이 있어요. 한 닷새 걸렸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기자들이 따라붙고 추측성 기사가 난무했어요.”

    “한국의 대기업 경영자니 기자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죠.”

    “전문경영인을 찾고 있어요. 몇 년 쉬고 싶어요.”

    이동성은 대화에 굶주린 사람 같았다. 차를 운전하면서 내내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스트레스가 심한 것 같아요.”

    “맞아요. 요즘은 사소한 일에도 자주 짜증이 나요. 마침 눈도 오고 그래서 떠난 겁니다.”

    “잘했어요. 사무실에만 갇혀 살 필요는 없어요.”

    “내 마음 이해해요?”

    “그럼요. 잘 떠났어요.”

    서경숙은 이동성을 칭찬했다.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국도를 달리기 시작하자 강원도의 험준한 산들이 차창으로 지나가기 시작했다. 하늘은 잿빛으로 부옇게 흐렸고 눈발이 날려 아름다웠다. 강원도는 터널이 유난히 많았다. 터널을 빠져 나오자 이동성의 말대로 눈이 자욱하게 날려 몽환적인 느낌이 들었다.

    “어때요?”

    이동성이 한쪽에 차를 세우고 물었다.

    “아름다워요.”

    서경숙은 전면의 창으로 보이는 풍경에 감탄했다.

    “설국 같지 않아요?”

    “설국 같아요.”

    “차에서 내려 구경해요.”

    이동성을 따라 차에서 내리자 차가운 눈발이 얼굴을 적셨다. 산들은 이미 눈으로 하얗게 덮여 있고 나뭇가지에는 눈꽃이 피어 있었다. 눈이 시리게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마치 동양화의 한 장면 같았다. 얼어붙은 듯이 설경을 보고 있는 서경숙에게 이동성이 우산을 씌워주었다. 서경숙은 살며시 그의 팔짱을 끼었다.

    “가요.”

    이동성이 서경숙을 차로 이끌었다. 그는 운전을 하여 구불구불한 구도로로 빠져나왔다. 구도로에서 30분 쯤 달린 뒤에 다시 좁은 길로 달렸다.

    “여기서는 차로 올라가기가 힘들 거예요. 걸어서 올라갑시다.”

    이동성이 차를 세우고 말했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길가에는 낙엽송이 하늘을 찌를 듯이 우뚝 솟아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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