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8일 (목)
전체메뉴

[세상을 보며] 교단에 부는 남풍(男風), 더 불어라- 이상목(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17-02-01 07:00:00
  •   
  • 메인이미지

    정초에 도내 교육계로부터 고무적인 소식이 들렸다. 탄핵정국으로 어수선한 때에 청량제가 될 만했다. ‘여초(女超) 현상’이 심각한 초등 교단에 남자 교사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심각한 취업난 속에 정년이 보장된다는 점 등이 배경이 됐겠지만 우수한 남성들이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교단으로 되돌아오는 것이어서 여간 반갑지가 않다. 교직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신호로도 읽혀 희망을 발견한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도 남성 가산점이나 우대정책을 펴고 있지 않는데도 올해 합격자가 성비 균형에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실제 도교육청이 열흘 전 발표한 ‘2017학년도 초등교사 임용시험 최종합격자’ 성비를 보면 종래와 확연히 달라진 결과를 보였다. 392명이 합격했는데 남성 183명(46.6%), 여성 209명(53.3%)으로 최근 3년래 남성합격자 비율이 가장 높았다. 거의 5:5에 근접하는 양상이다. 앞서 지난 2015년 394명 합격자 중 남성 151명(38.3%) 여성 243명(61.6%), 지난 2016년 402명 합격자 중 남성 150명(37.3%), 여성 252명(62.6%)에 견주면 매우 유의미한 결과다. 올해 다른 시·도지역 초등교사 임용 합격자의 70%대 이상을 여성이 차지하면서 ‘여초(女超) 현상’이 심화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경남지역에서 유독 남성 합격자의 비율이 높아진 이유는 뭘까. 단초가 될 만한 이유는 있었다. 도내 초등교사 대부분을 배출하는 진주교대가 입학전형 합격자 비율에 다소간 제한을 둔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한쪽 성(性)의 합격 비율을 수시전형에선 70%, 정시전형에선 80%를 넘지 않도록 했고, 남학생들의 교대 입학을 늘리는 결과로 연결됐다.

    기실 우리 교단은 대략 1990년대 이후부터 여교사가 과점하면서, 아이들이 스펀지처럼 사회를 빨아들여야 할 시기에 남성성보다는 여성성에 더 익숙하지 않을지 걱정이 많았다. 물론 일각에선 유니섹스 시대를 맞아 남성성과 여성성을 구분하지 말라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교사의 남녀 성비 균형이 필요한 일반적인 이유는 한창 성장하는 시기의 아이들에게 다양한 성모델을 가르쳐야 한다는 점이다. 10명 중 8명이 여성교사인 현재의 환경에서는 그러한 교육목표의 달성이 좀 어렵다는 생각이다. 또 점증하는 학교폭력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도 남성교사의 비중 확대가 긴요하다. 실제로 교육현장의 설문에 의하면 여교사의 80% 이상이 학생지도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성비 불균형 교단을 개선하기 위해 가야 할 길은 멀다. 2016 경남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경남 전체 초등교사 1만3425명 중 남교사는 3558명(26.5%)으로 9867명(73.4%)인 여교사에 비해 비중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국회가 교사 정원을 늘려서라도 남교사를 뽑을 수 있도록 하는 교육공무원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수년째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는 모습이다. 아마도 평등권을 보장한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는 문제 때문일테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헌법적 가치와 현실적 요구를 융합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교육은 백년대계다. 국가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교육이 바로 서야 한다. 교단의 성비 균형은 그 필요조건 중 하나다.

    이상목 (사회부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이상목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