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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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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019) 제18화 푸른 기와지붕 사람들 ⑨

“심란한 일이 있는 것 같아요”

  • 기사입력 : 2017-02-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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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게소를 오가는 사람들이 이동성을 살폈다. 이동성이 텔레비전이나 신문에 얼굴이 자주 비쳤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이동성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다.

    “왜 이렇게 많이 샀어요?”

    이동성은 애써 그들을 모른 체하고 있었다.

    “그냥 길거리 음식을 먹고 싶었어요. 이런 데서 먹는 것도 별미잖아요?”

    이동성이 억지로 환하게 웃었다. 서경숙은 이동성과 마주보고 앉아서 핫도그를 먹었다.

    “불쾌하죠?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서….”

    “괜찮아요. 설국을 볼 수 있으니….”

    서경숙은 이동성이 설국에 집착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휴게소에서 커피까지 마시고 나자 빗방울이 뿌리기 시작했다.

    “날씨가 참 이상하네요.”

    서경숙은 이동성과 다시 차에 올라탔다.

    “그렇죠. 서울에는 눈이 내리고 여기는 비가 내리고 있네요.”

    이동성이 운전을 하면서 말했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와 달리 그의 얼굴이 굳어져 있었다.

    “요즘 뭔가 심란한 일이 있는 것 같아요.”

    “눈치가 빠르네요.”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일탈하지 않으시겠죠. 수행원도 없고… 혼자 운전을 하고… 무슨 일이 있는 거예요?”

    “조금 지친 거뿐입니다.”

    “큰일 났네. 삼일그룹이 위태로워지면 우리나라 경제는 어떻게 해?”

    서경숙이 웃으면서 말했다. 일부에서는 삼일그룹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삼일그룹에는 수만 명의 종업원들이 있었다. 삼일그룹이 망하면 한국 경제에 막대한 타격이 있을 것이다.

    “내가 없어진다고 삼일그룹이 망할까요?”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권력자들의 비위를 맞추기 너무 힘들어요. 대통령선거가 또 있잖아요? 그 사람들이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을 하고 있어요.”

    이동성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서경숙은 이동성이 정치자금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야당이나 여당이나 모두 비열해요. 정치자금을 내라고 협박한 뒤에 돈을 주면 선거가 끝난 뒤에 정치자금을 냈다고 잡아들여요. 그리고 파렴치범으로 매도한 뒤에 몇 년 뒤에는 석방이나 사면을 해준다고 돈을 내놓으라고 해요. 한국에서는 정말 기업하기 어려워요. 그런 일이 국회의원 선거, 대통령선거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어요. 돈을 빼앗아가고 잡아들이고… 기업가들은 전부 파렴치범이 되어 있어요.”

    이동성은 운전을 하면서 불만을 털어놓았다. 서경숙은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씁쓸했다. 그는 부회장이 된 뒤에 언론과 국민의 관심의 대상이 되어 왔다. 검찰에도 여러 번 불려 갔고 특검의 조사도 받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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