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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테마파크, 황금알 낳는 거위인가- 허충호(정치부 김해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7-01-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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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시 어방동 분성산 자락에 있는 가야테마파크에 인파가 몰리고 있다. 겨울의 낭만을 즐길 수 있는 30동의 카라반 캠핑장은 휴일이면 예약하지 않고는 이용하기 어렵다. 80m 길이의 눈썰매장은 부모 손을 잡고 온 아이들로 휴일에는 3000여명이 몰려 장사진을 이룬다. 눈이 거의 오지 않는 지역이라 인공 눈을 썰매장에 깔기는 했지만, 아이들게는 천연 눈이나 인공 눈이나 즐거운 놀잇감이긴 마찬가지다. 올 들어 첫 주말 강추위가 공원을 에워쌌지만 이틀간 6000여명이 내장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나 증가한 규모다.

    새해 첫 공연으로 막을 올린 뮤지컬은 만석으로 진행됐다. 쌀쌀한 산속 공기는 뮤지컬 열기에 묻혀 후끈거렸다.

    올해로 개장 3년째를 맞은 가야테마파크의 이런 변화들은 사실상 첫 사장이 취임한 이후 나타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공모과정을 통해 선임된 이홍식 사장이 부임 직후 마케팅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고 진두지휘한 것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섣부른 판단이겠지만 첫 출발의 분위기를 봐서는 올해 전망이 그다지 나쁠 것 같지는 않다.

    가야테마파크문제를 살피다 주변을 보니 테마파크라는 이름이 붙은 게 참 많다는 사실을 새삼 발견했다.

    테마파크는 지역 특성과 자원을 활용한 특화된 공원으로 정의할 수 있다. 지역 고유 콘텐츠를 바탕으로 놀이와 교육을 동시 추구하는 학습형 놀이공원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지 모르겠다. 신라밀레니엄파크나 산청동의보감촌, 합천대장경테마파크 등은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부산의 동부산테마파크, 영주의 한국문화테마파크 등은 개장 전이니 일단 판단을 유보한다.

    어쨌든 테마파크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아이템이다. 외지 관광객들을 유인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 지역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의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그러니 민선자치단체장 입장에서는 자꾸 꺼내보고 싶은 카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테마파크에도 속을 들여다보면 골치 아픈 구석이 있다. 바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일까’ 하는 명제다. 지속적인 수익을 통해 지속가능한 체제를 유지할 수 있느냐는 생존의 문제에 들어서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상당수 테마파크들이 경영난에서 자유롭지 않은 게 현실이다. 수입 대부분이 입장료 중심으로 편성돼 있는 데다 유사 테마파크들이 서로 인접해 관광객 분산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콘텐츠 부재, 재투자의 제약으로 인한 지속적 발전가능성 저하 등도 암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지자체들은 치적 과시성으로 의심되는 테마파크를 건립하는 방안들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하반기에 한 지자체가 자체 테마파크 건립을 위해 김해가야테마파크를 찾은 것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주변에서 테마파크로 재미를 봤다는 소문이 나면 그런 유혹은 더욱 강렬해질 것이 뻔하다.

    이왕 조성된 테마파크라면 본연의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영하는 것이 옳겠지만 황금알을 낳는 모습을 담은 신기루를 좇듯, 치적 쌓기용으로 테마파크에 눈길을 돌리는 것은 금물이다. 테마가 없는 테마파크 구상이라면 더욱 그렇다.

    가야왕도를 표방하는 김해와 가야 콘텐츠로 구성된 가야테마파크가 일단 테마선정 면에서는 제대로 된 것이라면, 이제는 지속가능한 경영체계를 갖추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일 때다.

    허 충 호

    정치부 김해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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