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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水葬)의 길’ 선택한 버큰헤드호 병사 이야기

■ 버큰헤드호 침몰사건

  • 기사입력 : 2017-01-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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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52년 2월 26일 새벽 남부 아프리카의 데인저 포인트(Danger Point) 해역, 영국 해군의 수송선 버큰헤드호가 암초에 크게 두 번 부딪히며 좌초했다. 10여분 뒤 뱃머리가 부서져 나가면서 물이 배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수송선에는 아프리카 남부지역 파병대 임무를 받은 육군 제74하이랜더연대 소속 464명의 군인을 비롯해 여성과 어린이 등 가족, 승조원 등 모두 638명이 타고 있었지만, 구명정은 단 3척뿐이었다.

    구명정에 오르지 못하면 어느 누구도 목숨을 담보할 수 없다. 이 해역은 상어떼가 우글거리는 곳으로 악명 높았고, 더욱이 암초는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해초로 빽빽하게 둘러쳐져 있었다.

    파병대를 이끌던 세튼 중령은 병사들을 선상으로 집합시켰다. 그런 후 여성과 아이들을 먼저 구명정에 태웠다. 가족들이 구명정에 몸을 싣는 사이, 병사들은 부동자세로 그대로 서 있었다. 병사들이 앞다퉈 구명정에 뛰어들려 한다면 구명정에 오른 여성과 아이들의 목숨까지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암초에 부딪힌 지 20분쯤 뒤, 선체는 두 동강 나면서 그대로 가라앉았다. 이 사고로 제74하이랜더연대 병사 대부분인 445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이야기는 사고 7년 뒤 스코틀랜드 작가 새무얼 스마일즈의 ‘자조론(自助論)’에 소개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병사들의 희생정신은 ‘버큰헤드 정신’으로 불리면서 대형 해난사고에서 수많은 인명을 살려내는 하나의 행동강령으로 자리 잡았다.

    이 책 ‘버큰헤드호 침몰사건’은 2014년 세월호 사건을 겪은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되돌아보게 하기에 충분하다.

    A.C. 애디슨·W.H. 매슈스 지음 배충효 옮김, 북랩 펴냄, 1만3800원   서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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