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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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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잡고 더불어- 신영복, 그를 다시 만나다

1989년부터 타계 직전까지 대담 내용 수록
에세이스트 아닌 ‘사상가 신영복’ 모습 담아

  • 기사입력 : 2017-01-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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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잡고 더불어’는 부제 ‘신영복과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 선생이 생전에 행한 대담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여기에는 선생이 20년 20일이라는 오랜 영어(囹圄)의 생활에서 풀려난 직후인 1989년부터 타계(2016년 1월)하기 직전인 2015년까지 25년 동안 가톨릭 사제, 경제학자, 철학자, 문학평론가, 언론인, 문화기획자, 과학자 등의 인터뷰어들과 나눈 이야기들이 연대순으로 실려 있다.

    언론인이자 경제학자인 고 정운영(1944~2005)과의 1992년 대담에서는 본인 스스로 거의 밝히지 않았던 유년기와 성장기, 또 대학 재학 시절과 통일혁명당 사건 연루 시기의 깨알 같은 전기적 사실들이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다. 홍윤기(동국대 철학과 교수), 김명인(인하대 국어교육과 교수) 등과의 대담에서는 ‘처음처럼’이나 ‘더불어숲’처럼 부드럽고 유연한 아포리즘으로 알려진 대중적 에세이스트 신영복이 아니라, 여전히 좌파 경제학자이자 변혁운동가로서의 지적 유산과 현실에 대한 과학적 통찰력에 기초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현세계의 정세와 분단 한반도의 현실과 전망, 대안 체제를 모색하는 현실 운동의 원칙과 방향에 대한 냉철한 진단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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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인 교수가 발간사에서 ‘대담이란 혼자 글쓰기와 달라서 인터뷰어들의 예기치 않은 질문과 그에 대한 미처 충분히 거르지 못한 즉답들 속에서 인터뷰이가 아직 충분히 생각하지 못한 것들, 혹은 숨기고 있던 것들이 날것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또 상호 대화의 과정에서 쉽지 않은 난제들이 풀려나가기도 하는 등 정제된 에세이와는 다른 또 다른 열린 텍스트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한 것처럼, 이 책의 대담들을 통해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으로 유명한 에세이스트 신영복이 아닌 사상가 신영복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대담은 지난 2015년 10월 26일 김영철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원장과 나눈 것이다. 선생은 교육과 학습의 의미상 구분을 묻는 질문에, ‘논어’의 첫 구절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 不亦說乎(불역열호)’를 인용하면서 “우리가 흔히 아는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풀이보다, ‘주관적, 객관적 조건이 무르익었을 때 실천하는 게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해석하는 게 맞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단순히 배우기만 한다고 기쁜 게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지 개인적, 사회적 실천과 연결이 돼야 진정한 공부라는 거지요. 그래야 참된 기쁨이기도 하구요. 그런 맥락에서 ‘교육’보다 ‘학습’이 실천의 의미를 더 많이 함축하는 것이고, 우리가 추구하는 참된 공부이기도 합니다”라고 했다.    신영복 지음, 돌베개 펴냄, 1만5000원.

    서영훈 기자 float21@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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