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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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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심상치 않은 현 경제- 전강준(부국장대우 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7-01-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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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손님 없는 것은 처음입니더.”

    지난 금요일 늦은 시간. 집으로 가는 길에 택시기사의 하소연은 끝도 없다. 뭔가 분풀이하듯 경제, 정치, 사회 등 우리나라의 현 모습을 쏟아냈다.

    “추운 날씨 탓도 있겠지만 요즘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질 않습니더. 낮에 몇몇, 밤에 몇몇 태워서 영업이 됩니꺼. 난 그래도 개인택시를 하지만 법인택시 기사들은 정말 열심히 뛰지 않으면 생활이 안 될 겁니더. 우리나라 경제가 엉망되고 있습니더.”

    결국 정치로 넘어간다. “내수경제가 하향세에 들어가 있는데 전부 대통령 될라꼬 욕심만 가득 차 있고, 서민들이 죽든 말든 정치욕심밖에 없습니더. 서민들 먹고살기 힘들게 경제가 처받히고 있는데도 정치인 모두 자기계산에 빠져 있습니더.”

    택시기사의 말처럼 요즘 경기가 심상찮다.

    지난해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대란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최근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치솟는 생활물가, 대통령 탄핵 국면 등으로 불확실한 경제를 보이고 있다. 앞날이 불확실하다 보니 대기업들도 투자를 당연 꺼리고, 실업자는 늘어만 가는 추세다.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구조조정 등으로 퇴직한 사람들은 자영업을 시작하지만 현 상황은 가혹하기만 하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소비자동향에서 소비지출전망과 가계수입전망이 각각 2년,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해 자영업자의 심리가 크게 위축됐음을 보여줬다. 음식업, 소매업 등 전국 하루평균 3000명이 자영업체를 새로 차리지만 매일 2000명은 눈물을 머금고 사업을 접는다는 통계다.

    우리나라에서 자영업자의 규모는 570만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모두 하루하루 먹고살기 어려운 현실에 부딪혀 있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지난해 실업자가 역대 첫 100만명을 넘어섰다. 연간 취업자 증가폭이 30만명대 밑으로 내려가면서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악화됐다고 통계청은 밝히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소비부진으로 이어진 것 같다. 소비지출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구분 없이 모두 역대 최저 수준이라는 점을 볼 때 쉽게 지갑을 열기는 어렵다.

    지난 몇 년 전 한 포럼의 ‘한국경제 진단’에서 한국은 실업, 가계부채 과다, 소득분배 악화, 디플레 가능성 등 다양한 문제로 저성장 기조의 장기화가 우려된다고 한 것이 거의 맞아떨어지고 있다. “한국경제는 끓는 물 속 개구리 신세로 서서히 무감각해지다 뜨거움을 느끼는 단계가 왔다”고 한 어느 경제학자의 진단이 참으로 옳구나 하는 생각이다.

    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절약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갑을 열어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고 하기에도 눈치를 봐야 하는 시기다. 택시기사의 “일단 서민들이 먹고살도록 하고 잘잘못을 따져 사람을 잡아넣든 말든 하는 상황이 돼야지, 현재는 경제를 내팽개쳐 서민들만 힘들게 된 상태”라고 한 말이 현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 같다.

    현재 우리 사회의 앞날은 보이지 않는다. 최순실 사태로 마비된 국정이 하루빨리 정상화로 안정을 찾아 그나마 한국경제의 앞날을 밝혔으면 한다.

    전강준 (부국장대우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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