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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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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010) 제17화 부자들의 땅 90

‘왜 이렇게 허전한 거지?’

  • 기사입력 : 2017-01-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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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이 깊어 가는데도 서경숙은 잠이 오지 않았다. 두 번의 정사와 칵테일을 여러 잔 마신 탓인지 이준석은 네 활개를 펴고 잠들어 있었다.

    ‘귀여운 놈.’

    어둠속이었으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이준석의 나신이 희미하게 윤곽을 드러내고 있었다. 젊고 강인한 몸이었다. 그러면서도 여리고 풋풋한 구석이 있었다.

    ‘사람들이 나를 욕할 거야.’

    이준석과의 관계가 옳지 않다고 생각하자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이제는 여자도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했다. 사랑도 나이를 떠나 자유롭게 해야 한다.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하는데 나이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이 녀석과 나는 진정한 사랑이 아니야.’

    서경숙이 그를 원하는 것은 욕망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욕망은 나쁜 것이 아니야.’

    서경숙은 자신을 합리화하면서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잠옷을 걸치고 거실로 나왔다. 담배를 피우면서 밖을 내다보았다. 밤이 깊은 아파트 앞 거리가 더욱 추워 보였다. 거리에는 차들도 지나가지 않고 있었다. 그때 아파트 앞 거리에 손수레를 끌고 오는 노인네가 보였다. 노인네는 허리를 잔뜩 숙이고 힘들게 손수레를 끌면서 가고 있었다.

    ‘이 추운 밤에도 파지를 줍나?’

    서경숙은 노인이 측은해 보였다. 그러면서 자신이 따뜻한 아파트에 있는 것에 감사했다.

    ‘돈은 권력이야. 돈이 있으니 이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거야.’

    서경숙은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돈이 많으면 인생을 충분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이준석도 그녀에게 돈이 없었으면 따르지 않을 것이다.

    담배를 피우고 침실로 돌아왔다. 잠옷을 벗고 침대에 누웠다. 이준석과 몸이 닿자 그가 그녀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서경숙은 아기를 안듯이 그를 가슴에 안았다.

    ‘충분히 사랑을 나눴는데 왜 이렇게 허전한 거지?’

    그녀는 어쩐지 가슴속이 허전했다. 외로움 같은 것이 밀려와 우울했다. 살이 닿았기 때문일까. 이준석의 손이 그녀의 가슴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후후. 또 나를 만지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서경숙은 속으로 웃음을 깨물었다. 이준석이 가슴을 만지자 몸이 더워지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너가 이러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서경숙은 이준석을 바짝 끌어안았다.

    “아줌마….”

    이준석은 졸음에 취한 목소리였다.

    “왜?”

    “우리 또 사랑해요?”

    “준석이는 싫어?”

    “아니요.”

    밤은 점점 깊어가고 있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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