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15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쉽게 취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가 16일 당 안팎으로부터 호된 공세에 시달렸다.
여권에서 “말을 바꿨다”는 비판이 나온 것에 더해 같은 야권의 대선주자들도 문 전 대표에게 각을 세우면서 사드배치 문제가 대선국면의 주요 전선으로 부상할 것임을 예고했다.
문 전 대표 측은 “다음 정부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하자는 것이지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다”고 해명했으나 공세의 열기는 쉽사리 사그러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다만 일각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귀국과 맞물려 야권 대선주자들도 안보이슈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어 논의는 더욱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의 발언이 알려지자 새누리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16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문 전 대표는 사드배치에 반대하더니 말을 바꿨다”고 하고, 바른정당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창당준비회의에서 “문 전 대표가 현실론을 내세워 입장을 바꿨다”고 하는 등 여권의 공세가 쏟아졌다.
또 이재명 성남시장은 ‘문재인 고문께 묻습니다. 사드 관련 입장은 왜 바뀌셨습니까?’라는 제목으로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사드는 일방적으로 미국에 이익될 뿐 한국안보에는 크게 도움이 안되고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피해가 크다”며 “사드 관련 입장이 왜 바뀌었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문 전 대표를 압박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페이스북에서 “미국 앞에서만 서면 작아지는 지도자가 어찌 국익을 지킬 수 있을까요”라며 “정치적 표를 계산하며 말을 바꿔서는 안된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파상공세 속에 문 전 대표 측은 일단 “입장이 바뀐 것이 아니다”라며 방어막을 치고 있다.
문 전 대표의 대변인 역할을 하는 김경수 의원은 “차기 정부에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서 결정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주변국들의 설득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한 것”이라며 “기존 입장에서 물러났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시장이나 박 시장의 반발에 대해서는 “(문 전 대표의 발언을) 너무 과하게 받아들인 것 아니냐”고 했다.
일각에서는 문 전 대표가 당분간 안보 메시지에서 기존보다 ‘우클릭’ 하는 중도공략 행보를 계속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반 전 총장이 귀국한 상황에서 흔들리는 중도층 표심을 끌어안기 위해서는 안보 이슈에 있어 안정감을 보여주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대선이 다가올수록 “사드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느냐”에 대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답변을 해야 한다는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종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