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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남 늬우스] 인형뽑기 열풍…잘 안 뽑혀도 뽑는다

  • 기사입력 : 2017-01-06 14: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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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00원을 넣으면 두 번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하지만 두 번 만에 뽑는 건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멈출 수가 없습니다. 곧 귀여운 라이언 인형이 내 손에 들어올 것 같거든요. 결국 만원을 모두 씁니다. 주머니에 만 원짜리가 하나 더 있긴 한데… 더 해봐야 할까요? 여기서 멈춰야 할까요?
     
    5일 오후 창원시 의창구 창원대학교 앞 인형뽑기방. 남학생들이 우르르 들어옵니다. "잘 뽑히냐? 자주 하러 오느냐?"고 묻자 "생각보다 잘 되지는 않는다. 오며가며 자주 하는데, 한 번 올 때마다 1~2만원은 쓰는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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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들 뿐만 아닙니다. 직장인 A(38·여)씨는 요즘 초등학생 아들이 인형뽑기에 빠져 걱정이 많습니다. "매일 뽑기방에 간다고 만원씩 달라고 조르는데 막무가내로 가지 말라고도 못하고 난감하다"고 말합니다. 직장인 B(33)씨는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할 때 인형뽑기를 곧잘 합니다. "잘 안 되는 거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도 있고, 일종의 손맛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도내 번화가에도 인형뽑기방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습니다. 창원에도 상남동, 중앙동, 사림동 등등 웬만한 번화가에는 어김없이 등장했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2015년 21곳에 불과했던 인형뽑기방은 2016년 11월 기준 500곳을 넘었습니다. 지자체마다 뽑기방을 분류하는 기준이 다르다보니 실제로는 더 많은 뽑기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인형뽑기방은 초기비용인 임대료와 기계구입비 외에는 크게 투자비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진입이 쉽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관리도 쉽습니다. CCTV가 설치되어 있고, 어떤 곳은 정수기도 설치 되어 있고, 화장실도 개방돼 있습니다. 주인이나 알바생이 잠깐 청소나 점검을 하러 들르는 형태로 운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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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인형이 잘 뽑히느냐, 이 문제를 들여다보면 딱히 그렇지가 않습니다. 일단 크레인으로 인형을 집기까지는 순조로울지 몰라도 그 이후는 번번이 곤두박질 쳐 안타까운 자리에 떨어지고 맙니다. 때문에 유투브 검색창에 '인형뽑기 잘 하는 법'을 쳐 넣으면 6000개에 달하는 하우투 영상이 검색됩니다. 하지만 인형이 잘 잡히지 않는 것이, 순전히 우리가 기술이 없어서일까요? 지난해 말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전국 500여곳의 뽑기방 중 144곳을 무작위로 선정해 실태조사를 벌였는데요, 이중 101곳을 위반 업소로 적발했습니다. 특히 12곳은 인형이 잘 집히지 않도록 크레인의 힘을 조절하거나, 크레인이 갑자기 흔들려 인형을 떨어뜨리도록 프로그램을 '개·변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20회 시도에 1회 성공하도록 확률을 설정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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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밀히 따지면 경품으로 걸려있는 인형의 가격도 문제입니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8조는 인형 뽑기 같은 게임물의 경품으로 5000원 이하의 문구·완구류만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2~3만원을 호가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인형에 피규어나 드론 등 값비싼 물건들도 경품으로 등장하면서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뽑기방에서 만난 또다른 직장인 C(35)씨는 "따지고 보면 결국 1~2만원을 500원 단위로 투자해서 인형 하나를 사는 것과 다르지 않은데,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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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뽑기방 열풍에 대해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혼놀(혼자 노는 것)의 한 형태라고 진단하기도 하고, 경기불황이 계속되면서 푼돈을 내고 요행을 바라는, 즉 '소액을 걸고 횡재를 바라는 심리'가 커진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어쨌든 뽑기방은 성행하고, 수입은 늘어납니다. 한 뽑기방 업계 관계자는 "못해도 하루 100만 원 정도는 번다"고 귀띔했습니다. 이와 같은 심리로 함께 늘고 있는 것이 바로 동전을 넣고 노래를 부르는 코인 노래방, 편의점 음식을 사다먹는 편의점 혼밥족 등입니다. 혼자, 값싸게, 그러나 요행을 바라며. 이런 몇가지 키워드가 2017년을 살아가는 청년층을 대변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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