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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저출산은 정말 재앙인가- 서영훈(문화체육부장)

  • 기사입력 : 2017-01-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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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과 반백 년 전이었다. 집집마다 자녀 수가 대여섯 명에 이르렀다. 더러 열 손가락을 꼽을 만큼 많았던 집도 있었다. 이른바 베이비붐이다.

    6·25전쟁이 끝난 이후부터 60년대 초·중반까지 베이비붐이 한국사회를 지배했다. 전쟁 기간 동안 헤어져 있던 부부들이 다시 만나고, 미뤄졌던 결혼이 일시에 이뤄지면서 빚어진 일이다.

    당시 우리나라가 산업사회라기보다 농경사회에 더 가까웠던 점도 다산의 배경이 됐을 수 있다. 아들 많은 집은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자녀를 많이 둔 것이 전적으로 농사일 때문은 아니라고 해도, 농지를 갖고 있는 것이 자녀를 양육하는 토대가 된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먹을 것이 풍족한 것은 아니었다. 많은 가정이 입에 풀칠할 정도의 곤궁한 삶을 이어갔다.

    그러나 전형적인 산업사회가 된 지금의 상황은 50~60년 전 그때와는 판이하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두 명의 자녀가 대세를 이루다가, 최근에는 한 명으로 줄어들고 있다.

    겨우 끼니를 이어갈 수 있었던 농촌보다는, 급속히 산업화되고 있던 도시에서 기회를 잡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도시로 이주한 가정의 부모들은 임금노동자가 돼 가계를 꾸려 갔다.

    임금이라는 게 그렇다. 지금이야 사정이 나아졌다고 하더라도, 기껏 한두 명의 자녀를 먹이고, 공부시키고, 결혼시킬 정도다. 가끔 영화를 보고, 외식을 하고, 여행을 다녀온다.

    이렇게 해야 내달에도, 내년에도 큰 걱정 없이 건강한 몸으로 직장에 나가 일을 할 수 있는, 노동력 재생산이 이뤄진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도시가구원들이 받는 임금이라는 게 이 수준이다.

    자녀 양육에 힘겨워하고 있는 부모들은, 그들의 자녀들이 감당할 부모 노릇까지 걱정하기 마련이다.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이유들이다.

    어느덧 인구가 줄어 경제활동이 위축되는 ‘인구 절벽’이 15년 뒤에 우리 앞에 다가온다는 경고가 나왔다.

    ‘저출산은 재앙’이라고 한다. 노동인구가 감소하고, 자칫 국가가 사멸할 수도 있다고 얘기되고 있다.

    정말 저출산은 재앙일까. 자본의 입장에서 노동인구 감소는 재앙일 것이다. 당장 임금의 상승이 불 보듯 뻔하다. 낮은 임금의 저개발국으로 공장을 이전하지 못하면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그러나 노동의 입장에서는 임금 교섭력이 강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지금 4차 산업혁명이 막 시작되고 있다. 다보스포럼은 미래고용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2020년까지 기존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지고 200만 개가 새로 생긴다고 분석했다.

    2020년 이후에는 일자리 감소 속도가 훨씬 가파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 최근 수십 년 사이, 정보통신기술이 주도한 3차 산업혁명으로 얼마나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는가를 생각하면 된다. 노동인구가 늘어나야 하는 이유를 딱히 찾을 수 없다.

    인구가 줄면서 국가가 사멸할 리도 없다. 노동인구가 줄어 임금이 오르고 이에 따라 생활 수준이 향상되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줄어들면, 아기를 낳지 않으려는 그 반대되는 이유로 출산 욕구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저출산이 재앙이라고 하는 것은 자본이 만들어 내는 엄포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서영훈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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