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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이제 만나러 갑니다- 이상규(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16-12-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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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실상을 간접적으로 알려주는 TV 프로그램 중에 ‘이제 만나러 갑니다’(이하 이만갑)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탈북 미녀들이 많이 출연하는데 이들은 탈북 전 북한의 생활은 물론이고 탈북 당시의 위험했던 상황, 이후 남한에 정착한 뒤의 생활 등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이들은 북한의 경제 상황이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나빴다고 증언한다. ‘이만갑’을 통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 주민들의 소소한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남으로써 우리는 북한에 대해 보다 많은 정보를 알게 됐다. 귄위주의 시절 국가에서 일방적으로 시행했던 반공교육보다 이 같은 프로그램의 힘이 더 큰 게 아닌가 느끼기도 한다.

    북한·통일 전문가들은 독일 통일의 밑바탕에는 오랜 기간 동서독 교류·협력이 있었으며, 특히 동독에서 서독 TV 시청이 가능했던 것이 큰 동력이 된 것으로 분석한다.

    염돈재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장은 1970년대 이후 동독 정부가 주민들에게 서독 방송 및 TV 시청을 허용했기 때문에 서독 TV가 동독혁명과 독일통일 과정에서 큰 기여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독정부가 서독 TV 청취를 허용한 것은 이를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데다 공산체제가 붕괴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안도감에서 비롯된 것이다고 분석했다.

    동독 정부도 서독 방송매체들이 사회주의에 반대하는 선전·선동도구가 된다는 점을 우려해 1950년대부터 동독인의 서독방송 및 텔레비전 청취를 금지해 왔다. 그러나 국내외 정세의 변동에 따라 동독정부의 대응은 세 단계를 거쳐 변화됐다.

    첫 단계는 1952년부터 1971년까지의 적극적 수신 방해 시기로, 동독정부는 서독 방송의 수신 여부를 감시하는 한편, 공산 청년당원들을 활용해 서독 TV 시청을 위한 옥외 안테나를 파괴하고 반국가적 선동이나 공무집행 방해 등의 죄목으로 형사처벌했다. 둘째 단계는 1971년부터 1980년까지의 묵인 시기로, 공식적으로 승인하지는 않았지만 서독방송 시청에 대한 단속을 중단함으로써 사실상 허용했다. 끝으로 1980년 이후의 허용 시기. 동독정부는 서독방송 시청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한편, 동독 TV와 서독 TV를 함께 시청할 수 있는 겸용 수신기를 생산·보급했다.

    염돈재 교수는 동독이 서독 TV 시청을 허용한 배경엔 동독 공산정권이 체제유지에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북한도 남한 TV 시청을 허용할 날이 올까. 아마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란 게 필자의 생각이다.

    며칠 전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기자회견에서 한류는 북한체제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고 밝혔다.

    태 공사는 “북한 사람 치고 한국 영화 드라마 못 본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 중 없다. 다 봤겠지. 저는 역사 영화 좋아한다. ‘불멸의 이순신’ ‘육룡이 나르샤’ 이런 영화 좋아하고. 정도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며 “일반 주민들에서 2000년대 초 겨울연가, 가을동화, 풀하우스 이런 영화들이 상당히 돌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만갑’의 애청자였던 사실도 털어놨다. 통일은 어쩌면 핵무기나 6자회담 이런 것보다 한류 드라마를 통해 올지도 모르겠다.

    이상규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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