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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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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우리가 원하는…- 성정현(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6-12-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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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월 15일 분당 국립국제교육원에서 열린 ‘인공지능,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 세미나에서 이희정 한양대 산업융합학부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영화 ‘올드보이’에 나오는 대사처럼 ‘왜 가뒀을까’가 아니라 ‘15년이 지난 지금 왜 풀어주었을까?’를 물어야 한다. 기계가 언제 인간을 능가할지가 아니라 인간이 기계를 어떻게 잘 활용할지를 물어야 하는 것이죠.” 이것은 인간의 역할은 문제 해결 자체가 아니라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정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즉 지금 하는 일을 더 빠르게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기계와 인공지능에게 맡기고 지금 하지 못하는 일이 무엇이며,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를 찾아내는 일을 인간이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외국 명문대로 진학하는 우리 학생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어려움은 부족한 영어실력보다 다른 곳에 있다. 현재 우리나라 같이 수업 내용을 요약해주는 선생님이 없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국어와 수학, 과학 교과도 교사가 요약해주는 것을 공부해서 공식만 외우면, 좋은 성적을 받는 데 지장이 없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안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데 서투를 수밖에 없다. 외국에서는 어느 누구도 요약을 해 주지 않기에, 본인이 직접 많이 읽고 많이 토론해 능동적으로 수업에 임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수업시간 중 모를 때만 질문을 한다. 그러나 미국 웨슬리언대를 졸업한 한 유학생은 재학 중 이런 일을 겪었다고 한다. 그는 다른 학생들이 질문할 때 이미 수업 내용을 모두 알고 있어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담당교수는 그에게 ‘다 알더라도 궁금한 것을 찾아내 질문을 해야 한다’는 지적을 했다. 즉, 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답을 찾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능력을 기르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이다. 진학에 도움이 되는 스펙을 쌓으려 하는 독서보다 자신을 성찰하기 위한 독서가 필요하다.

    “오늘날 나를 만든 것은 유년시절을 보낸 동네의 작은 도서관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말이다. 도서관의 수많은 책은 사람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창원에도 시립도서관 11곳, 인근 김해지역에도 시립 및 작은도서관이 42곳 있다. 그러나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도서관이 한결같이 도서관으로서의 역할에만 너무 충실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제 우리나라의 지역사회에서 도서관 역할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일본 다케오시 소재 시립도서관의 변화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구 5만의 지방 소도시에서 도서관의 변화 하나로 13개월 만에 이용자가 100만에 이르고, 그중 40만명은 다른 지역에서 방문했다고 한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도서관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편하게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의 탈바꿈’이다. 그들은 온라인에는 없으나 물리적인 장소에만 있는 바람이나 빛을 활용한 공간을 먼저 조성했다. 도서관이라는 한 공간에서 시민들이 오랜 시간 동안 편안하게 머물며, 독서와 함께 다양한 문화활동으로 여가를 보낼 수 있게 한 결과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서가와 열람실과 간단한 편의점만 있는 도서관과는 다른, 머무를 수 있는 도서관을 원하는 것이 지금은 사치일까?

    성정현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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