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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남북] 자치단체의 예산은 누구의 것인가- 강진태(진주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6-12-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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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시의회가 지난 20일 2017년 당초예산을 무려 92억6600여만원 삭감했다.

    즉시 시의회의 예산심의가 정당한 것이냐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지역사회가 크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시 예산을 불요불급한 것은 삭감하고, 적재적소에 사용하도록 하는 것은 시의회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것은 말할 나위 없다.

    그래서 어느 지방의회든지 예산심의를 할 때 적정성과 효율성, 타당성을 면밀히 따진다.

    집행부가 수립한 예산을 깎으면 그에 대한 정당한 이유를 내놓아야 한다. 정당한 명분을 내놓지 못한다면, 그건 심의가 아니라 갑질이다.

    이번 시의회의 예산 삭감은 정당성과 타당성에 근거하기보다는 감정에 치우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시가 주장하는 예산 삭감에 따른 각 분야의 혼란과 시민불편 사항 등을 굳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이번 예산심의가 감정에 치우쳤다는 정황은 많다. 사실 시의원의 시 행정 폄훼 발언, 시장의 본회의장 막말로 촉발된 양측의 감정싸움이 이어지면서 예산심의는 시작부터 대규모 삭감이 예고됐다. 행정사무감사에서는 별다른 실적을 내놓지 못하던 시의회가 급기야 특정 부서의 예산을 반토막 내고, 지역 미래를 위해 시급한 진주-사천 광역교통망 관련 예산도 없애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또 지역농민에게 필요한 수출길을 막은 것, 실크산업의 말살, 도로보수비 삭감 등은 감정에만 지우친 결과로 보인다.

    시의회는 관행적으로 편성된 선심성·낭비성 예산을 절약하자는 취지에서 예산을 심의했다고 하지만 여러 가지 정황을 보면 설득력이 없다.

    당일 예결위 수정예산 통과를 앞두고 이인기 의장은 “여러 경로를 통해 시장의 사과를 요구했고, 오후 7시까지 기다렸지만 아무 소식이 없었다”는 모두 발언을 했다. 이는 이날 시장이 사과를 했다면 예산삭감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일부 시의원들이 본회의에서 예산 재수정안을 냈지만 의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강행처리해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전체 의원들의 뜻이 아닌 일부 의원들의 주도로 이뤄졌다는 것을 방증한다.

    게다가 이번 예산안은 상임위의 심의를 충분히 거쳤는데도 예결위에서 손을 댄것도 좋지 않은 선례로 남게 됐다. 막말을 한 시장의 태도도 옳지 않지만, 이를 이유로 예산을 볼모로 삼았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설명되지 않는다. 지자체의 예산은 공무원도, 시의원들의 것도 아닌 시민들의 살림이라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란다.

    강진태 (진주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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