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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 침장침채(沈藏沈菜)- 김장김치

  • 기사입력 : 2016-12-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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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마다 이맘때면 각 가정마다 김치를 담그느라고 분주할 것이다. 김치 담그는 일은 각 가정에서 겨울 준비하는 일 가운데 큰일일 것이다.

    김치를 뜻하는 ‘저(菹)’라는 글자가 3000여년 전 중국 각 지역의 시를 모은 시경(詩經)에 이미 나오는 것으로 봐서 김치의 역사가 오래 되었음을 알 수 있다.

    김치라는 말의 어원(語源)도 ‘침채(沈菜)’라는 말에서 나왔는데 음운 변천을 해 오늘날 김치가 됐다. 경상도에서 쓰는 ‘짐치’라는 방언이 더 원래 말에 가깝다. 채소(菜)를 담가서(沈) 만든 음식이라는 뜻이다.

    ‘김장’도 어원이 침장(沈藏)인데 ‘담가서 갈무리한다’는 뜻이다. 조선시대 궁궐에 침장고(沈藏庫)라는 김장을 담당하는 부서가 있었다.

    필자는 오랫동안 김치는 우리나라 고유 음식인 줄 알고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해 왔다. 대영백과사전에도 옛날에는 우리나라 것으로는 ‘김치’와 ‘찌개’만 올라 있었다고 한다.

    1994년 북경에서 중국 사람들이 많은 아파트에서 살다 보니 중국 사람들도 김치를 담근다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가을이 되면 겨울에 먹을 배추를 공급받아서 바로 소금에 절이지 않고 시들시들하게 말렸다가 큰 통에 소금에 절여 저장해 두었다가 겨울에 꺼내어 그냥 먹거나 볶아 먹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김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초보적인 것이었다. 우리나라 김치의 기원은 삼국시대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지금 모양의 김치는 임진왜란 이후에 나타났을 것으로 본다. 김치의 주 재료라 할 수 있는 고추가 임진왜란 이후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김치는 영양가나 위생적인 면에 있어서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아주 우수한 음식이다. 채소 가운데서도 배추나 무는 몸에 좋다는 것은 이미 다 증명이 돼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사람의 몸에 가장 좋은 음식으로 추천한 마늘이 듬뿍 들어가고, 동서양 모든 나라에서 각광받는 생강은 김치의 필수재료이다. 그 밖에 각종 젓갈, 파, 미나리, 톳나물 등 부수적인 재료가 들어가 종합적인 맛을 낸다.

    늦가을 벼 추수를 다 끝내고 보리를 심고 나면 농가에서는 조금 한가해지는데, 이때부터 김장을 한다. 달구지를 끌고 배추·무밭에 가서 채소를 뽑아 싣고 와서 소금에 절여 두었다가 그 하루나 이틀쯤 지나 김장을 담그면, 친척이나 이웃 아주머니들이 와서 거든다. 그러면 집안은 작은 잔치 분위기가 된다. 아이들은 막 버무린 김장김치에 흰 쌀밥 먹는 재미로 이날이 기다려진다. 한 집에 김장이 끝나면 다음날은 이웃 다른 집에서 또 한다. 그러면 며칠은 맛있는 김치에 흰 쌀밥을 먹을 수 있다. 어릴 때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 沈 : 잠길 침, 성 심.

    * 藏 : 감출 장. * 菜 : 나물 채.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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