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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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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철저하게 농락당한 체육계, 할 말을 잊었다- 이강헌(창원대 체육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6-12-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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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연말은 유난히 쓸쓸하고 참담한 느낌이다. 온 나라가 ‘최순실 게이트’로 패닉 상태에 빠져있고, 이 충격은 모든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국정이 마비되는 지경이다.

    국회에서 대통령의 탄핵이 의결되고 앞으로의 정치 일정도 불확실해 혼란한 정국이 계속되고 있다. 잘나가던 대한민국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이 된다.

    나라의 형편이 이럴진대 비선실세 최순실과 그를 추종하는 국정농단 세력들이 숙주(宿主)로 삼아 직접 전횡을 일삼은 체육 분야는 어떠하겠는가? 이들은 사익 추구를 위해 국가권력을 동원하고 선량한 국민을 핍박하는 패륜적 행위를 저질렀다. 모든 스포츠 권력을 장악해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잇속을 챙기는 가운데 체육과 스포츠는 황폐화됐다.

    실세 차관,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리던 김종 차관이 취임해 최순실의 위세를 등에 업고 체육계를 향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김 차관은 취임 후 ‘체육단체 비정상적 관행의 정상화 방안’이라는 걸 발표하고 전반적인 사정(司正)에 돌입했다.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를 출범시키고 신고하는 사람에게는 보상금을 지급했다. 그 후 수사 결과는 체육계 전반에 대해 요란한 수사를 벌인 결과로 보자면 초라한 수준이며 스포츠 4대악 척결 또한 용두사미가 된 것이라는 비판이 컸었다.

    이러한 행위는 체육인들을 비리 집단이나 부패의 온상으로 취급하고 국민들에게 스포츠계가 온갖 비리와 폭력, 승부조작 등 속임수가 난무하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김종 차관은 자신이 공복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잘못된 것을 지적하거나 항거하는 사람과 단체에 대해 법적 조치 운운하며 재갈을 물려 꼼짝 못하게 했다. 실제로 반대파에 대해 여러 가지 불이익이 주어졌고 감사나 수사를 받는 등 법적 조치가 따랐다. 그와 동시에 산하 기관의 요직에는 입맛에 맞는 인사를 배치하며 조직을 휘하에 두려 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해 많은 체육인들은 배신감과 분노, 자괴감과 좌절감을 느끼고 있으며 회복하기 어려운 깊은 상처를 입었다.

    이들이 각종 전횡을 일삼는 사이 체육과 스포츠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징후들이 여기저기 감지되고 있다. 우리나라 체육과 스포츠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학교스포츠도 급격히 쇠퇴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초·중·고의 등록선수 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고 대학운동부도 해체의 도미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체육백서에 의하면 2014년도 초등선수는 25.53%, 중학선수는 15.42%, 고교 선수는 5.57% 줄어들었다.

    대학스포츠도 유사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입학정원의 감축으로 인한 대학의 구조조정, 예산의 감축으로 인한 재정지원의 어려움, 체육특기자의 입시비리에 대한 끊임없는 잡음 등으로 인해 많은 대학에서 운동부 육성을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2016년 9월까지 전국 139개 대학 중 72개 대학에서 95종목의 운동부가 해체됐다. 대학스포츠가 무너지면 연계육성 체제가 무너져 초·중·고의 운동부 육성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으므로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염원하는 가운데 세 번의 도전 끝에 유치한 평창올림픽이 불과 1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준비에 많은 차질을 빚고 있다. 올림픽을 통한 이권을 노리던 세력들의 농단으로 조직위원장이 교체되고 대기업들의 K스포츠재단 거액 출연문제 등 ‘최순실 게이트’의 직격탄을 맞아 국가적 대사가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것이다.

    이 밖에도 많은 체육정책들이 비선실세와 그 추종세력들의 이권을 위해 졸속으로 추진되는 바람에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들이 휘두른 전횡에 의해 체육계는 앞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큰 후유증이 예고되고 있다.

    이강헌 (창원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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