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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말 소쿠리 (25) 껠밧다, 수굼포, 아직

  • 기사입력 : 2016-12-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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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 어제 친구 아버지 장례식에 갔다 왔어. 늘 느끼는 거지만 장례식장에 가면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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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 : 니도 그런 생각했나. 철학 강의실에 간 거 같제? 나도 몇 달 전 돌아가신 친구 아버지가 생각나네. 그분은 농부셨는데 내 보고 “껠밧으모 안 된다” 카시던 기 기억에 남네. 친구 어머이하고 아직부텀 들에 나가시가 저녁답(저녁때)꺼정 부지런히 일하거던. 예전에 자전차에 빗장맨치로 수굼포 걸라가꼬 논에 가시던 모습이 생각나네.

    △서울 : ‘껠밧으모 안된다’는 게 무슨 뜻이야? ‘자전차’는 ‘자전거’ 맞지? 그런데 ‘아직’ 하고 ‘수굼포’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경남 : ‘껠밧다’는 ‘게으르다’의 경남말이다. ‘께을타, 께엘타’ 카기도 한다. ‘자전차’는 ‘자전거’를 말하는 기 맞는데, ‘자안차’라꼬도 했다. 짐 싣는 거는 ‘짐자안차’라 카고. 자전차는 표준어 규정(제25항)에 따라 자전거로 바는데, 국립국어원이 자전거가 자전차에 비해 널리 쓰이므로 자전거를 표준어로 삼았다 카더라. ‘아직’은 ‘아침’이고, ‘수굼포’는 ‘삽’을 말한다. 수굼포는 원래 네덜란드 말인 ‘schop(스콥)’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데, 일찍이 네덜란드의 문물을 받아들였던 일본이 이 말을 스쿳푸(スコップ)로 취음한 것이 경상도에 들어와 그대로 굳어진 말이라 카더라.

    △서울 : 내 친구 아버지도 참 성실한 분이셨어. 지금 생각하면 우리의 아버지들 모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는 아이들이 보통 두 명 정도지만 그땐 대부분 대여섯 명씩 있었잖아. 가장으로 자식들 키운다고 고생 많이 하셨지.

    ▲경남 : 니캉 내캉 생각이 똑같네. 아, ‘캉’은 ‘와’의 경남말인 거는 알제? ‘너랑 나랑’하고 같은 말이다. 둘도 대학 공부 시킬라 카이 얼매나 걱정이 되노? 참말로 위대한 분들 아이가. 우리 어머이들도 위대하시고.

    허철호 기자

    도움말= 김정대 경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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