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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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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문학과 관광- 조진래(경남개발공사 사장)

  • 기사입력 : 2016-12-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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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오리건 주에는 ‘리드 칼리지(Reed College)’란 학교가 있다. 인문학만 가르치는 이곳은 신입생에게 합격통지서와 함께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를 선물한다. 전 세계의 영재들이 하버드나 예일대에 합격하고도 리드 칼리지를 택할 정도의 신흥 명문대학이다.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가 중퇴한 학교도 리드 칼리지인데 그는 항상 리드 칼리지를 다녔으므로 인문학을 안다고 했다. 아이패드를 출시할 때 “애플은 변함없이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서 있었다. 소크라테스와 함께 오후를 보낼 수 있다면 애플을 걸겠다.”고 그는 말한 바 있다.

    트로이 문명을 발굴한 ‘하인리히 슐리만’의 얘기도 인문학과 관련 있다. 슐리만은 8세 때 아버지로부터 ‘어린이를 위한 세계사’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다. 그 책 중 로마의 건국 시조 ‘아이네이아스’가 아들의 손을 잡고 아버지를 업은 채 불타는 트로이를 탈출하는 삽화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이에 그는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를 직접 읽기 위해 라틴어를 배웠으며 10세에 이르러선 아버지께 그 독후감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드렸다.

    슐리만의 청소년기는 매우 불우했다. 그런데도 그는 그리스어·라틴어·이탈리아어 등 수개 국어를 독학했다. 그 결과 무역업으로 큰돈을 벌 수 있었고 이후 그는 사업을 접고 어린 시절부터의 소망인 트로이 발굴에 도전한다. 9년에 걸친 노력 끝에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의 보물’과 같은 수많은 유물을 찾는데 성공한다. 이로써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디세이아’가 전설이 아닌 역사임이 밝혀진다. 슐리만의 열정과 트로이 유적으로 오늘날 그리스는 엄청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

    인문학과 여행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낯선 곳을 여행하면서 우리는 자신을 돌아보며 어떠한 깨달음을 얻는다. 여행 중 얻은 영감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은 고금에 두루 많다. ‘에드워드 기번’과 ‘스티브 잡스’ 그리고 프랑스 여행 중 이윤추구가 경제활동의 본질이라는 점을 깨달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여전히 경제학의 정수이다.

    기번은 ‘머들린 칼리지(옥스퍼드)’를 중퇴하고 스위스 로잔에서 수년간 종교철학, 서양 고전을 두루 섭렵했다. 그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유럽대륙을 여행하던 중 고대 로마의 폐허에서 위대했던 제국의 멸망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이러한 영감으로 탄생한 것이 바로 ‘로마제국 쇠망사’란 걸작이다. EU가 출범할 때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를 거울로 삼기도 했다.

    잡스는 입양아였다. 그 자신의 존재 근원에 대한 의문으로 7개월간 인도를 여행한다. 인도에서 비로소 마음의 평안을 얻게 되나 한편으론 가난한 인도인의 삶에 고민한다. 그리고 정신이 훌륭해도 물질의 바탕 없이는 소용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바로 맹자가 말한 ‘유항산 유항심(有恒産 有恒心)’과 상통하는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매킨토시에서 아이패드까지 이어지는 혁신의 시작은 바로 인도 여행에서 비롯됐다 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조진래 (경남개발공사 사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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