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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문화기획] 폐교 ‘문화예술공간 변신’ 10년

폐교에 뿌리내린 문화씨앗, 예술 새싹 틔우다

  • 기사입력 : 2016-12-0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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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0년대 후반, 도내 수많은 시골학교가 문을 닫았다. 70년대부터 시작된 산업화와 도시화로 시골이 텅 비어버린 까닭이다. 아이들이 사라져 더 이상 입학생을 받을 수 없게 된 시골학교는 폐교가 됐고 순식간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몇 년 후, 버려진 학교에 변화가 생겼다. 미술관, 예술촌 등 다양한 문화예술시설이 들어서면서부터다. 새 옷을 입은 학교는 소외된 지역에 문화의 씨앗이 됐다. 10여 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그 씨앗들은 어떻게 자라났을까. 도내 대표적인 폐교 문화예술시설 현황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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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 아츠플 삼진미술관

    ◆도내 대표 폐교 문화시설들= 도교육청에 따르면 2016년 현재 도내 폐교는 총 556개교로 이 가운데 306개교는 매각됐다. 도교육청이 보유 중인 폐교 250개교 중 128개교는 대부, 35개교는 자체활용, 87개교는 미활용이다.

    대부 중인 학교 128개교 중 문화시설은 21개교로 교육시설(59개교)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높다. 문화시설로는 미술관, 예술인들이 입주해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창작스튜디오, 도예 등 특화된 체험을 할 수 있는 문화예술 체험공간 등이 있다.

    도내 폐교 문화예술시설은 대부분 2000년을 전후해 개관했다. 창원에는 3곳이 운영되고 있다. 마산아트센터(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팔의사로 361)는 1999년 폐교된 마산 양촌초등학교를 개조한 곳이다. 마산에서 10여 년, 부산에서 10여 년간 갤러리를 운영했던 김창수 관장의 손을 거쳐 2004년 개관했다. 잔디밭이 깔린 야외 조각전시장과 함께 본관에는 갤러리와 판화공방, 별관에는 레지던스, 게스트하우스, 아트북카페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삼진미술관(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추곡1길 13)은 1999년 폐교된 상북초등학교를 개조해 2001년 개관했다. 성임대 관장이 설립, 현재까지 꾸려가고 있다. 총 2층으로 구성된 본관 전시실과 식당, 다목적실 등 용도의 별관으로 구성돼 있다. 바다를 끼고 있는 구복예술촌(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해양관광로 1817)은 1997년 폐교된 반동초등학교 구복분교를 개조해 당해 문을 열었다. 마산에서 활동하던 윤환수 서예가가 설립했다. 공연과 행사가 이뤄지는 400석 규모의 야외무대와 2개의 미술관으로 구성돼 있다.

    이 밖에도 진주 이반성초등학교 정수분교를 개조해 1997년 개관한 정수예술촌(개관 당시 정수예인촌, 2007년 개칭), 남해 물건초등학교를 개조해 2003년 개관한 해오름예술촌, 거제 명사초등학교 해금강분교를 개조해 2005년 개관한 해금강테마박물관(부설 유경미술관) 등이 현재까지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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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산아트센터


    ◆운영 현황과 실태= 폐교를 활용한 문화시설은 초기 비용이 적게 든다. 기존에 있던 건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리모델링 비용만 지출하면 된다. 삼진미술관은 약 4억원을 투입해 개관했다. 보통 미술관을 신축하는데 드는 비용이 수십억, 수백억임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매우 저렴한 편이다.

    반면 ‘지속성’은 폐교 문화시설이 당면하는 가장 큰 과제다. 시작은 쉽지만 그 이후는 녹록지 않다는 얘기다. 대부분 개인이 사비를 들여 시작하기 때문에 꾸준히 운영을 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미술관, 예술촌 등 폐교 문화시설은 대부분 비영리적, 공익적으로 운영된다. 마산아트센터, 삼진미술관은 입장료를 따로 받지 않으며 구복예술촌도 모든 공연, 전시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삼진미술관에서는 작품 거래도 이뤄지지만 판매대금은 전액 작가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이들 시설이 운영에서 얻는 수익은 사실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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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해오름예술촌


    운영주체에 따르면 마산아트센터와 삼진미술관의 경우 한 해 운영비로 최소 5000만원, 전시와 공연을 함께 열고 있는 구복예술촌의 경우 1억원이 소요된다. 마산아트센터와 삼진미술관은 연 4회 정도의 기획전시를 운영하고 있으며 구복예술촌은 연 10회 정도의 기획공연과 전시를 포함해 자체 행사인 바다예술제를 개최하고 있다. 다양한 공연, 전시가 함께 열리는 바다예술제는 구복예술촌 개관 때부터 올해까지 매년 이어져 왔다.

    이들 시설은 운영비 대부분을 보조금과 사비로 충당하고 있다. 대부료는 지자체에서 정하는 공시지가에 따라 각 교육지원청에 매년 납부한다. 개관 초기에는 기타 지원정책이 없어 대부료를 전액 사비로 납부했지만 2007년 문화, 공익 목적 시설의 경우 대부료를 50% 감면해주도록 하는 ‘폐교재산의 활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창원의 3곳은 모두 시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감면을 받는다 해도 매년 대부료가 오르는 것은 부담이다.

    마산아트센터 김창수 관장은 “대부료가 처음 개관 당시는 600만원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50% 감면을 받아도 1200만원대다. 매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전시나 프로그램의 경우 경남문화예술진흥원 등에서 지원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지원을 못 받는 경우는 사비로 진행한다. 유지, 보수비용은 대부분 사비가 투입된다. 폐교의 경우 대부분 낡고 오래된 건물이라 유지, 보수비용이 만만치 않다. 삼진미술관은 전시장 벽면 곳곳에 곰팡이가 슨 상태다. 성임대 관장은 “이번 지진이 있었을 때는 누수도 생겨 처치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구복예술촌 윤환수 촌장은 “건물이 50년 가까이 되다 보니 손볼 곳이 많다. 비 새는 문제를 건의했지만 3년째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큰 수리의 경우 대부 주체인 교육지원청에서 부담해야 하지만 지원 대상에 비해 예산이 부족한 상황이다. 창원교육지원청의 경우 관리하는 폐교는 16곳인데 올해 폐교유지관리비로 책정된 예산은 2800만원이 전부다. 교육청은 수백만원이 드는 수리의 경우 형평성 문제로 한 곳에만 집중지원을 하기도 어렵고 폐교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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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 구복예술촌


    ◆앞으로의 과제= 도내 폐교 문화시설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관람객 확보가 필요하다. 관람객이 많이 찾아야 공간이 활성화되고 존립 기반이 흔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창원지역 폐교 문화시설의 하루 평균 방문객은 20명 내외로 저조한 편이다.

    도내 운영자들은 콘텐츠를 강조한다. 특화된 콘텐츠로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지가 관람객 유치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 대부분의 시골 폐교가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가까운 미술관이나 전시공간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전시가 있어야 사람들을 끌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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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제 해금강테마박물관


    마산아트센터 김창수 관장은 “콘텐츠만 좋다면 아무리 시골이고 외곽지역이라도 사람들이 찾아든다”며 “폐교 문화공간이 제대로 된, 특화된 콘텐츠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문제”라고 말했다. 삼진미술관 최명재 큐레이터 또한 “눈길을 끌 만한 작품, 볼 만한 전시를 유치해야만 관람객을 모을 수 있다”고 했다.

    전시 못지않게 공간 자체의 특색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다. 폐교를 개조한 미술관 중 전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충남 당진의 아미미술관은 천장에 장식된 특유의 조형물로 관람객의 발길을 잡은 경우다. 2011년 정식 개관한 아미미술관은 지난해 3만5000명, 올해는 12만명이 찾았다. 경남도립미술관의 연평균 관람객이 10만명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아미미술관 김자영 에듀케이터는 “SNS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방문객이 급격히 늘고 있다. 전시보다는 장소 자체를 보고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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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 마산 아츠플 삼진미술관 곳곳이 누수로 인해 얼룩과 곰팡이가 피어 있다.


    지자체의 투자와 지원도 활성화에 중요한 요소다. 강원도 영월군은 폐교 문화시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군에는 23개의 등록 박물관이 운영되고 있는데 상당수는 폐교를 활용한 박물관, 미술관 시설이다. 군이 폐교를 직접 매입해 직영하거나 리모델링 후 공모를 거쳐 입주자를 선정하며 입주자에게는 운영비도 일부 지원한다. 2008년에는 정부로부터 ‘박물관 특구’로 공식 지정됐다. 영월군에 따르면 2007년 70여만명, 2010년 140여만명 등 매년 방문객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는 지역경제 활성화로도 이어진다.

    도내 폐교 문화시설 운영자들은 행정기관과 지역민의 관심을 당부했다. 폐교 문화시설은 지역의 역사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소외지역의 유일한 문화인프라로 가치가 크다는 것이다.

    마산아트센터 김창수 관장은 “폐교 문화시설은 획일화된 미술관, 박물관이 아닌 특색 있는 공간으로 문화 다양성을 높이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며 “행정기관은 그저 버려진 곳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김세정 기자·사진= 김승권·성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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