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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빛은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밀어 낸다- 명형대(경남대 명예교수)

  • 기사입력 : 2016-11-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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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적 인간

    많은 사람들이 뉴스 보기가 싫다고 말한다. 우리들에게 닥친 복잡한 정치적 현실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는 이 현실을 떠날 수 없다. 현실은 운명적으로 관습과 제도와 법과 같은 정치의 지배하에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깊은 산속에서 홀로 살아간다 해도 우리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벗어날 수가 없다. 이상(李箱)이 그의 소설 ‘날개’/‘지주회시’에서 끊임없이 ‘나’를 따라다니는 ‘관계’를 벗어나려 ‘날개’를 소망하지만 날 수도 없고, 또 어지럽게 도는 지구를 뛰어내릴 수도 없다. 윌리엄 골딩은 소설 ‘파리대왕’에서 전쟁을 피해가던 아이들이 무인도에 불시착하자 이 아이들이 벌이는 행태를 통해 사람 사이의 관계, 곧 정치가 인간의 본질임을 역설한다. 그것이 인간의 본질이든 사회 환경에 의한 것이든 아니면 이들 상호적 관계에 의한 것이든지 간에 우리가 아무리 눈을 감고 있어도 정치가 만들어 놓은 세계질서 속에 존재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나 사회적 위기가 도래하였을 때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 자체가 정치의 판 속에 있는 정치적 인간이 아닐 수 없음을 발견한다.


    정치권력에 대한 욕망

    권력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역설적으로 스스로의 존재에 대한 무력감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력감은 돈과 권력으로 극복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정치는 그 힘을 발휘하는 돈에의 유혹과 욕망을 버릴 수 없게 된다. 정치권력은 힘을 가져다주어 자기실현으로서 존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듯이 보이게도 한다. 그것은 언제나 타인에 대한 힘으로써 지배욕을 불러일으킨다. 지배의 궁극은 타인을 억압하고 끝내는 욕망 충동의 극에 달하는 파멸에 이르게 한다. 욕망은 충동이고 충동은 정지하려 해도 끝이 없다. 이른바 욕망의 심리적 파국현상은 욕망하는 인간을 죽음충동에 이르게 하여 무덤까지 이끌게 한다.

    욕망, 죽음충동을 어떻게 떨쳐낼 수는 없는 것일까. 정치가란 말은 처음부터 욕망의 넘어서 희생과 봉사를 선택한 집단의 이름이 아니었던가. ‘국민’이라 불리는 범인(凡人)으로서의 우리들은 최순실로 대표되는 최씨 일가와 그들을 에워싼 정치인이나 재력가들이 봉사나 희생은 두고서라도 백 배 양보하여 권력이나 돈, 명예 이 한 가지만으로도 그 욕망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는가를 의아하게 생각한다.


    위기를 틈탄 정치인들의 계산

    우리는 누가 차기의 대권을 차지할 것이냐보다 먼저 정치적 격변기의 혼란이 더 걱정스럽다. 작금의 정치가들은 이 위기의 극복을 위한 청사진보다 욕망의 대권 전략 짜기에 바쁘다. 과도기를 극복해나갈 불편부당한 프로그램을 제시하면 그것이 대권 운동이 되고, 그것에 국민들의 지지가 따르는 것임을 모르지는 않을 것인데!

    정치가들은 누구에겐가 배운 그대로 반쯤은 입을 벌린 채 양 입꼬리를 치올리고 빈 웃음을 웃는다. 미소 띤 얼굴로 자신이 마치 차기의 대통령이나 된 듯 행하는 작태는 그 스스로가 진정한 자신이 아님을 드러내고 있다.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영혼을 팔았듯이 정치가들은 정직함을, 인간다움을, 자연스러움을 팔아 정치권력과 맞바꾸어버린 것일까. 그래도 파우스트는 인간의 진정성을 위한 딜(deal)을 했는데 자신의 정치적 권력을 위한 광대 같기만 한 행위는 역겨움까지 자아낸다.

    오늘도 정치권 사람들은 촛불 집회의 참가자 수를 헤아리고 있다. 10만, 20만개의 촛불로는 부족한가. 100만, 200만, 300백만 아니 전 국민이 광장에 나서야만 얼굴빛을 되돌릴 것인가. 무슨 심산인가. 이 정도 숫자면 최순실과 박 대통령으로만 이 모든 난리가 끝나고 나에게는 불똥이 튀지 않아 안전하기를 조바심하며 헤아리는 때문일까. 원한다면 우리 모두가 광장에 나서자. 이 나라에서 그동안 입 다물고 불의에 동조하면서 권력을 유지해온 모든 것들을 영원히 축출할 때까지, 촛불을 들고.

    명형대 (경남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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