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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얘들아! 수고했다- 성정현(시조시인)

  • 기사입력 : 2016-11-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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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지나갔다. 지난 11월 17일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 시험 이야기다. 현재 고등학교 3학년과 그들의 부모님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아주 중요한 이 나라의 행사이면서 고등학교 2학년들은 1년, 1학년들은 2년 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끝났다’가 아니라 ‘지나갔다’라는 말은 정시 모집에 응시하는 학생들과 고3 담임들의 고생은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러시아의 소트니코바에 이어 김연아가 은메달을 받은 것이다. 당시 중계하던 아나운서와 해설가들도 그 점수를 인정할 수 없다며 “노, 노, 노”를 연발했고, 러시아가 스포츠를 망가트리려 한다며 흥분했다. 경기가 끝난 2월 21일 새벽에 김연아의 아버지가 김연아에게 보낸 카톡 문장이 바로 지금 부모님들이 수험생들에게 해주어야 할 말이라 생각한다.

    ‘김연아 정말 잘했고 축하한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 이제부터 니가 하고 싶은 것 맘껏 해라. 아빠는 니가 무척 자랑스럽다’라고. 그러나 여러 학부모님들은 혹시 자기 자녀에 대하여 이렇게 생각하지나 않을까? ‘김연아처럼 최선도 다하지 않았고, 매일 공부와는 거리가 먼, 지가 하고 싶은 것만 했는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를…’이라고 말이다. 부모님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을 수 있어도 수험생인 자녀들은 죽을힘으로 최선을 다한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그렇게 예민했던 것이다. 그런 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수험생 어머니들은 12월 초에 수능 성적표가 나오면 또 자녀들에게 “내가 니한테 그만큼 해 줬는데 등급이 이기 뭐꼬? 니한테 정말로 실망했다”라고 가슴에 예리한 비수 하나를 깊이깊이 꽂을 것이다. 자녀가 원한 것도 아닌데 부모들이 무조건 주어 놓고서는 부모로서의 도리를 다했다고 자녀들에게 강요한다.

    그러나 이제 생각을 바꾸어 보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하지 않는가! 자녀들에게 그동안 수고했다고 칭찬하면서 꼭 끌어안아 주자. 한두 개 더 틀렸다고 인생이 완전히 망가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부모들이 손해 볼 것은 하나도 없다. 아니 오히려 자녀들과 더 다정하게 가까워지는 기회가 될 것이다.

    다시 수험생에게로 돌아간다. 고3들은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해야 한다.

    그동안 시험 때문에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읽어보고 지혜를 키우며, 소홀히 했던 건강도 챙겨야 할 것이다. 특히 칼질한 문학작품만 대하던 수험생들이 이제 대학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감성을 살릴 수 있는 문학작품들을 접했으면 한다.

    다행히 ‘시의 도시’를 선포했던 마산을 비롯하여 창원의 시내버스 정류장에는 대부분 우리 경남 문학인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버스를 기다리는 자투리 시간 동안 한 편의 시를 읽으면서 감상할 수 있기에 시민들을 위한 아주 좋은 문화정책이라 생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몇 년째 같은 작품이 그대로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읽어 보다가도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아무 생각 없이 익숙한 풍경을 대하듯 그냥 스쳐 지나간다. 예산이 수반되는 문제지만 정기적으로 전시작품들을 바꾸어가며 설치한다면 문화예술의 도시 창원시민들을 위한 효율적인 문화정책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하나둘 은행잎마저 떨어져 더욱 을씨년스러워지는 이 계절에 우리 모두의 마음은 오히려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성정현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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