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 야, 기분 억수로 좋다! 오늘부터 우리 집도 수능 스트레스에서 해방됐어. 어지 우리 작은딸래미(딸내미)도 수능시험 쳤다 아이가.
△서울 : 너도 그동안 수고 많았어. 매일 밤 10시가 넘어 딸래미를 차에 태우고 집에 갔잖아. 그리고 ‘어지’는 ‘어제’를 말하는 거 같은데, 어제의 전날인 ‘그저께’는 경남말로 뭐라고 해?
▲경남 : 우리 딸래미가 고생했지. 안 깨배도 지 혼자 새복(새벽)부터 일나(일어나) 학교 가고 밤늦가꺼정(까지) 공부한다고 고생 억수로 마이 했다 아이가. 그래도 성적이 잘 안 나와 마음고생을 마이 했지. 안쓰럽더라꼬. 대견하기도 하고. 그라고 ‘어지’는 ‘어제’ 맞다. ‘그저께’는 경남말로 ‘아레’라꼬 한다. ‘아리’라꼬도 카고. 아레 전날인 ‘그끄저께’는 ‘그아레, 그아리’라꼬 칸다 아이가.
△서울 : 어제, 그저께, 그끄저께는 경남말로 하면 ‘어지, 아레, 그아레’구나. 재밌네. 공부도 이렇게 재미있으면 좋을 텐데. 그리고 ‘안 깨배다’는 무슨 말이야?
▲경남 : ‘깨배다’는 ‘깨우다’의 경남말이다. ‘안 깨운다’ 카는 기지. 그라고 공부가 재밌으면 좋겠다는 니 말 맞다. 학교 댕기면서 친구도 마이 사귀고 재밌게 공부하면 얼매나 좋노. 친구를 경쟁자로 만드는 교육은 바뀌야 안 되겄나. 말 나온 짐에(김에) 한 개 더 갤마주께. 내일 다음 날인 ‘모레’는 ‘모리’라꼬도 캐쌓다. ‘글피’는 ‘내모레, 그모레’라 캤고.
△서울 : 그렇구나. 그리고 수능시험 잘못 쳤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을 거 같더라. 수능시험도 인생의 여러 과정 중 하나 아니겠어. 수능 점수가 행복점수는 아니잖아.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게 가장 행복한 것 같아. 학과 선택할 때 이런 점을 감안하면 좋을 거야. 수험생과 가족들에게 힘껏 박수를 쳐주고 싶다. “모두 수고했습니다.” 짝~짝~짝~.
허철호 기자
도움말=김정대 경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