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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마법의 음과 악- 최영인(아동문학가)

  • 기사입력 : 2016-11-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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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의 바람은 알싸하다. 그 안엔 춥지도 덥지도 않은 설렘이 묻어 있다. 어디선가 낙엽 물드는 소리가 나를 부른다. 아름다운 선율이 있는 찻집에서 차라도 한잔하자고 할까, 휴대폰 주소록을 넘겨보지만 막상 편하게 불러낼 벗이 없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어두워진 밤길을 무작정 나선다. 어디선가 풋풋한 보이스의 노랫소리가 나를 끌어당긴다. 비록 무대도 음향도 갖추진 않았지만 기타 하나로 지나가는 행인 몇을 불러 세우고 열창을 하고 있는 청년, 다음 무대를 위한 리허설일까. 자신감 넘치는 그 젊음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주말이면 큰 공연장이 아니더라도 곳곳에 다양한 공연 소식이 있다. 야외무대 예약 경쟁이 치열함을 볼 때 무대가 있는 곳엔 어디서든 공연을 볼 수 있다. 특히 창원은 문화예술특별시로서 아마추어 동호회를 위한 경연대회가 자주 열려 취미생활을 활성화시키고 시민들의 정서함양에도 애쓰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얼마 전엔 거리공연장에서 하루를 보낸 적이 있다. 아마추어 동호회원들은 저녁에 열릴 본 공연을 위해 오전부터 음향기기를 설치하고 리허설을 하느라 분주했다. 비록 프로들처럼 노련하진 않았지만 공연을 준비하는 팀원들은 행복에 젖어 있었고 지나가는 행인들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저녁이 되어 아마추어 동호회의 연주를 보기 위해 돌계단 자리를 가득 매운 사람들, 기타 화음에 맞춰 노랫소리가 들려오자 겨우 걸음마를 하는 아기가 어깨춤을 추며 무대를 맴돌았고, 관중 속에는 팔순의 할머니들도 알 수 없는 노래지만 리듬에 맞춰 함께 박수를 쳤다. 그 순간만큼은 근심도 걱정도 없었으리라.

    나는 우울할 때 음악을 듣는다. 한참 듣다가 보면 따라 부르게 되고, 한참 흥얼대다가 보면 어느새 기분이 좋아진다. 가끔은 연주곡 속에서 타악기 소리를 귀담아 듣는다. 잔잔한 현의 울림 사이로 들려오는 심벌즈 소리, 트라이앵글 소리, 심장을 마구 두드리는 듯한 팀파니의 울림은 나도 모르게 음악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뉴스 보기가 무서운 요즘, 감성이 메말라 가는 현대인들에게 음과 악을 권하고 싶다. 점점 늘어나는 분노조절 장애인들, 이들에게 음악이란 통로를 만들어 주면 어떨까. 그들에게 잠자고 있는 감성을 깨워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한다면 이 사회는 점점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미국 어느 거리에서 노숙자들을 모아 악기를 가르치고 연주를 함으로써 그들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걸 보며 진한 감동을 느꼈다.

    음악은 자율신경반응에 영향을 주어 심리적 변화를 일으키고, 대뇌를 통해서 정서적 변화를 가져온다고 한다. 음악은 듣고 부르기도 하지만 직접 악기를 연주함으로써 그에 따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요즘은 통증치료에도 음악을 사용한다고 하니 음악이야말로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가.

    소설가 김중혁은 산문집 ‘모든 게 노래’에서 ‘음악이야말로 가장 짜릿한 마법’이라고 했다. 어렵고 힘든 시기를 견뎌야 하는 시간에 음악이라는 친구가 곁에 있다면 한층 덜 외로울 것이다. 설레는 가을, 주말엔 음과 악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겨 그들과 함께 모든 근심을 날려 보면 어떨까.

    최영인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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